[영화]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기사입력 2018.09.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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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어느가족-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일본

시간 : 121분
개봉 : 2018 .07.26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릴리 프랭키(오사무 시바타), 안도 사쿠라(노부요 시바타), 마츠오카 마유(아키 시바타),
키키 키린(하츠에 시바타), 죠 카이리(쇼타 시바타), 
사사키 미유(유리)



태초에 가족이 있었다. 하나님은 아담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않아서 하와를 만드시고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가족은 태초부터 존재한 사회 제도다. 문제는 이 가족이 태초부터 불완전했다는 점이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하와가 먹은 후, 자기 남편 아담에게 주었다. 아담이 그 열매를 먹고 난 뒤 태도가 돌변한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하던 자가 곧 변명으로 죄를 전가한다. 이어 이들에게서 태어난 가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들판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태초부터 가족은 이렇게 어그러지고 상처 투성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그린 가족이 그러하다. 얼핏 보면 이상한 가족이다. 눈이 어두워 바늘 꿰기 힘든 할머니, 그 할머니 옆에 잠드는 20대 여성 아키, 부부라고 보기엔 무엇인가 어색한 오사마와 노부요, 아버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 쇼타, 그리고 어느 아파트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아이 유리를 몰래 데려다 살고 있는 가족이라 하기엔 모양새가 참으로 이상하다.

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도 참으로 특이하다. 기본 생계는 할머니 하츠에의 눈꼬리만한 연금이다. 가끔 하츠에 할머니는 자신을 버린 할아버지가 후처에게서 낳은 아들을 찾아가 용돈을 받아온다. 공사장 일용직인 오사마는 부주의로 다리를 다쳐 집에서 빈둥거린다. 아내 노부요는 세탁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이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아키는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을 한다. 궁여지책으로 오사마는 쇼타와 함께 마트 털이를 한다. 오사마가 점원의 시선을 끄면 쇼타가 잽싸게 가방에 물건들을 집어 달아난다. 이것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누가 보아도 이상한 이 가족,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아니 이들을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가?

여기에 역설이 있다. 감독은 이 특이한 가족, 원제목인 ‘좀도둑 가족’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족의 위기를 고발한다. 이 가족이 문제가 아니다. 실상 이들 너머에 진짜 문제의 가족들이 존재한다. 할머니를 버린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할머니의 존재를 성가시게 여긴다. 외국 유학을 간 것으로 알고 있는 아키의 가족들은 딸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노부요의 전 남편은 그녀를 수시로 폭행했다. 쇼타는 빠칭코에 빠진 부모들로부터 주차장에 버려졌다. 막내 유리는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로 인해 두려움으로 살아야 했다. 게다가 부모들은 아이를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느가족1.jpg▲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버림받은, 상처투성이인 이 가족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끌어안는다.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실제 가족보다 더 각별하다. 하츠에 할머니는 아키의 발 온도만으로 그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린다. 아빠의 학대로 온 몸에 상처투성이인 유리는 가짜 엄마 노부요가 다림질을 하다 데인 팔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노부요의 눈가가 촉촉하다. 오사마는 훔친 낚싯대로 쇼타와 함께 낚시를 즐긴다. 그러면서 남자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 지 알려준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얽히고설킨 이 가짜 가족은 어쩌면 진짜 가족보다 더 각별하다.

영화 말미 이 가족은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해체에 이른다. 오사마와 노부요는 할머니의 연금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시신을 유기한다. 그러다 오사마의 노부요의 범죄 행각이 들통 나 노부요는 감옥에 들어가고, 쇼타는 보호시설로 보내어지고, 유리는 원래 부모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왠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쇼타와 유리는 이 엉터리 부모들과 함께 살고 싶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진짜 가족이 누구인지, 무엇이 가족의 필요조건인지 보게 된다.

태초에 문제 많은 가족에 대한 대안으로 예수께서는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셨다. 곧 혈연으로 맺어진 형식적 가족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이들이 형제요 자매라 하셨다. 예수로 인해 새로 태어난 자들, 하늘에 계신 온전하신 분을 아버지라 부르는 이들, 곧 예수 가족이요 예수 공동체다. 그리고 이 가족들은 서로를 돌보고 필요를 채워준다. 형제가 헐벗었을 때 입을 옷을 주고, 배 고플 때 빵을 나눈다. 말이 아닌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요 곧 형제, 자매 즉 예수 가족이다.

비록 실수가 있고 문제도 많고 서로에게 상처도 되지만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부족함을 나무라지 않고 상처를 안아주는 가족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든 이 이상한 가족은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부족, 상처, 아픔, 범죄를 알기에 지적하지 않는다. 마치 나도 그렇다는 것처럼, 내가 그 마음 안다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인다. 바로 여기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난다. 우리도 그런 가족이 되어 보자. 나무라기보다 끌어안음으로, 완벽함이 아니라 허술함을 용납함으로 그렇게 하나님의 가족, 예수로 맺어진 가족으로 말이다. 언젠가 그 날에 우리는 한 아버지 앞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서로를 진짜 가족으로 대할테니 말이다.

태초의 그 가족은 실패했고, 오늘 우리도 여전히 실패를 반복하지만, 마지막 날에 우리는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 ‘어느 가족’으로 실수투성이지만 사랑으로 살아내 보자. 오늘 사랑하는 자, 그 날을 보게 될 것이므로.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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