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기사입력 2018.08.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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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공작-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37분
개봉 : 2018 .08.08 
감독 : 윤종빈
주연 : 황정민(흑금성(박석영)), 이성민(리명운), 조진웅(최학성)



움베르토 에코는 ‘적을 만들다’라는 글에서 우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적을 만들어 왔는지를 탐구한다.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적을 상정하고 그 적을 향한 증오심으로 내부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그는 밝힌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여 인간의 우열을 만들고 유대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기 체제를 강화했다.

문제는 ‘적’이 늘 변한다는 데 있다. 흔한 말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게 외교사의 통설 아닌가? 지난 세기 흔히 냉전의 시대라 불리던 때 전 세계는 공산권과 자유민주주의 권으로 나뉘어 싸웠다. 그 때는 적이 분명했다. 그러나 공산권이 무너지고 개혁과 개방 정책이 추진되면서 적이 애매해 졌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어 버렸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방이 되고, 중국은 서방 세계와 외교 관계가 맺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 오늘 우리는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냉전의 시대를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공산주의의 보루로 남아 있고 우리는 그러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치 상태로 있다. [공작- 북으로 간 스파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여전히 주적인 북한, 그리고 그들이 개발하려는 핵무기의 실체, 이것을 밝히기 위한 비밀 작전이 추진되고 우리의 주인공 박석영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안기부 공작원인 박석영은 신분세탁을 통해 재중 사업가로 변신한다. 중국을 거점으로 그는 북한산 물품들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무역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대외 사업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리명운을 접촉한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당시 북한의 어려운 국내사정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경제 파탄으로 외화 벌이에 총력을 벌이고 있기에 박석영의 제안은 솔깃하다. 의심과 검증을 거쳐 리명운은 박석영-흑금성과의 사업을 합의한다.

공작3.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반면 박석영의 목적은 사업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과연 북한이 핵을 얼마나 개발했는지 그리고 핵을 무기화 했는지 여부를 아는 것이 박석영의 임무이자 목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박석영은 남북 합작 광고 사업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남쪽의 기업이 광고를 찍어서 북한의 관광 산업을 활성화 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물론 박석영의 목적은 광고를 핑계 삼아 북한의 실체, 핵무기의 실체를 알아내는 데 있다. 남한의 카메라로 북한의 주요 장소를 마음껏 찍는 것이야말로 트로이의 목마 아닌가? 그러나 계획대로 추진되던 박석영의 사업은 남한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선거판세에 위기를 느낀 남한의 집권여당이 비밀리에 북의 리명운을 접촉하고 대남 군사 도발을 요청한 것이다. 소위 북풍몰이를 통해 선거판세를 역전시키고자 한 것이다.

공작은 이 과정에서 희생당하고 버림받아야 했던 박석영의 반전을 다룬다. 우선 철저한 반공의식으로 무장한 박석영이 리명운과의 친분을 쌓아가면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박석영 조차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리명운의 보호 아래 북한을 드나들면서 북한의 실체, 베일에 가려졌던 그들의 실제 삶을 보게 된다. 박석영은 리명운과 접촉하면서 그도 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데올로기가 다르고 살아온 삶의 정황이 다르지만, 인간이라는 측면, 그도 한 가정의 가장이며 남편이며 아버지라는 점, 이러한 부분에서 박석영의 생각은 느슨해지고 긴장은 풀린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이 잦아지며 리명운은 적에서 친구로 변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절대적 악이라 여긴 북한을 동포라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진솔하게 다룬다.

영화는 조금 더 나아가, 박석영, 암호명 흑금성을 북한에 스파이로 보내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 집단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사실상 그들이 더욱 위험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분단상황을 이용한다. 그들에게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말들은 외피에 불과하다. 궁극적 목적은 정권의 유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불과하다. 그것을 위해 자신들이 보낸 스파이 박석영조차 헌신짝처럼 버린다.

영화 [공작]은 우리에게 진짜 적이 누구인지 질문한다. 북한인가? 남한인가? 북으로 간 스파이인가? 그들은 우리의 영원한 적인가? 사실상 정치인들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뒷거래를 일삼았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남쪽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체제 유지에 이용했다. 그러므로 영화는 우리에게 누가 적인지 묻는다. 그리고 적이라는 프레임이 오늘 우리 시대에 여전히 유용한가를 묻는다.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누가 적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묻고 또 묻는다.

굳이 부연하자면, 예수의 십자가는 적 자체를 없애 버린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예수께서는 몸소 실천하셨다. 십자가에서 ‘적’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해체시켜 버리셨다. 오늘 우리도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겠다. 구시대의 적대적 프레임으로 앞날을 이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에게는 큰 그림, 더 나은 프레임이 필요하다. 영화 [공작]을 통해 우리는 구시대에 얽매인 적대적 프레임을 가진 자들이 진짜 우리의 적임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적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적을 끌어안는 것,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예수의 길이요 십자가의 길이다. 굳이 공작이 필요하다면 ‘사랑의 공작’만이 필요하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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