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식 The Big Sick, 2017

기사입력 2018.08.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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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식
 The Big Sick, 2017

빅식-포스터.jpg
장르 : 멜로, 로맨스
제작 : 미국

시간 : 120분
개봉 : 2018 .07.18
감독 : 마이클 쇼월터
주연 : 쿠마일 난지아니(쿠마일), 조 카잔(에밀리), 홀리 헌터(베스)



그 때에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다고 창세기는 증언한다. 바벨탑 이야기다. 물론 당시 인류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시날 땅에 탑을 세워 거주하려고 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했다. 이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은 언어의 혼란이었다. 언어를 혼잡하게 함으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흩어지게 되었다. 흩어져 모여 산 사람들은 민족과 인종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창세기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하나님의 대안을 발견한다.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을 부르셨고 그로 인해 열방이, 민족이 복을 받게 될 것이라 하신다. 아브라함을 민족의 아버지로 세우신다. 그렇다. 바벨의 징계 안에도 하나님은 모든 민족, 인종의 구원을 염두에 두셨다. 이후, 예수님이 오셔서 십자가를 통해 인종의 구별을 허무신다. 오순절에 임하신 성령님은 각국의 언어로 복음을 듣게 하심으로 모든 민족과 인종을 하나로 묶으신다. 사도 바울은 유대인의 울타리를 넘어 이방인들의 연합 공동체를 가는 곳마다 세웠다.

하나님의 최종 목적은 인종과 민족, 언어, 관습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사랑의 공동체다. 그리하여 요한이 본 천국에는 열방과 언어와 민족이 함께 하나님을 노래한다.

쿠마일 난자이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빅 식은 우리에게 이러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맛보게 한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인 쿠마일은 집안에서 내정해 준 약혼자가 있다. 이른 바 정략결혼이다.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하고 민족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그들만의 암묵적인 방식이다. 그것은 곧 전통이고 전통이란 원래 가족 유대감을 중요시한다. 공동체 안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쿠마일은 에밀리라는 미국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당연 쿠마일은 넘어서야 할 벽이 많다. 그는 파키스탄 이민자인 반면 에밀리는 미국 여성이다. 쿠마일은 이슬람 전통이고 에밀리는 기독교 전통이다. 넘어설 수 없는 간극이다. 에밀리의 어머니 베스는 쿠마일에게 묻는다. “911 테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어도 베스에게 무슬림은 테러리스트이자, 미국의 적이라는 생각이다. 쉽지 않은 간극이다. 종교와 가족, 인종을 넘어서야 하는 사랑이다.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의 권리가 마주치는 사랑이다. 과연 쿠마일은 이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빅식1.jpg▲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그러다 에밀리는 갑자기 코마 상태에 빠진다. 제목처럼 빅 식(the big sick)에 빠졌다. 큰 아픔에 직면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에밀리의 코마가 빅 식이지만, 이면적으로는 두 사람, 아니 두 집안, 혹 두 공동체의 아픔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에밀리의 코마 상태로 인해 쿠마일은 진정한 사랑에 눈 뜨게 된다. 상실을 통해 진실을 마주한 셈이다. 이렇게 영화는 쿠마일과 에밀리의 애틋한 사랑, 가족과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담아낸다.

빅 식은 오늘 다원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와 같다. 우리는 다원화 세상에 살아간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인종과 언어가 다른 다국적 사회가 펼쳐져 있다. 말 그대로 지구촌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 가까이 수많은 이주민 노동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다문화 가정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예멘 난민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랑이다. 쿠마일의 사랑이 변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사랑이 답이다. 그런데 이 사랑은 참으로 아프다. 차이를 극복해야 하기에 아프다. 편견을 이겨내야 하기에 아프다. 또한 사랑에 대한 배신, 희생을 감내해야 하기에 아프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그들 가운데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도 있다.(베스의 질문처럼) 그래서 아프다. 큰 아픔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픔이 동반되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자녀를 낳는 것도 아픔을 동반한다. 큰 아픔을 동반한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희생을 동반한 사랑이다. 아픔과 희생이 없는 사랑은 낭만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님은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지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원수를 향하여 사랑을 외치셨다. 자기를 죽이는 로마 병사들까지, 자신을 배신한 가룟 유다까지, 자신을 향하여 조롱하는 무지한 군중까지 아프지만 사랑하셨다. 그 사랑으로 백부장이 변화되었고, 제자들은 교회를 이루었다.
빅 식은 우리에게 화두다. 단지 한 사람의 로맨틱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야 할 사랑을 제시한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는가? 오늘 아프지만, 힘겹지만 그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길을, 그 사랑을 묵묵히 따르는 제자들을 기대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은 아프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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