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기사입력 2018.04.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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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플로리다프로젝트-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미국 

시간 : 111분 
개봉 : 2018 .03.07
감독 : 션 베이커
주연 : 윌렘 대포(바비), 브루클린 프린스(무니), 브리아 비나이트(핼리)



영국의 저명한 신학자 톰 라이트는 교회 안에 ‘실제적 무신론자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성경을 믿으며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생활은 자신들이 믿는다고 말하는 바와 동떨어진 상태로 살아가는 현상을 두고 한 말입니다. 저는 한 마디 더 하고 싶습니다. ‘성경 문맹자들’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성경을 읽되 아전인수격으로 오독하는 자들이며 동시에 성경을 삶으로 읽어내지 않는 현상 말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은 조찬기도회에 모인 수천 명의 목사들 앞에서 희년을 강조하셨습니다. 성경에서 희년은 중요한 사상이며, 희년이 되면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를 풀어주며,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습니다. 목사들을 앞에 두고 대통령이 설교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설교는 우리 목사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희년을 강조한 대통령은 이어서 헌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 중 제 눈에 띈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인간의 기본권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으며, 또 하나는 토지공개념이었습니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 외국인들을 학대하지 말고 먹이라는 성경의 주 내용과 땅은 하나님께 속하였다는 선언을 제대로 읽어낸 것이 분명합니다. 실상 그것이 기독교 정신이며 성경의 핵심 내용 아닙니까?

션 베이커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우리를 묵직하게 가르칩니다. 곧 성경이 말하는 바,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너희 가운데 있는 가난한 자를 먹이라는 내용 말입니다. 우리가 애써 간과하고 쉽게 넘어가는 구절 말입니다. 션 베이커 감독은 화려한 디즈니랜드 대신 그 너머 공간을 주목했습니다. 디즈니랜드 건너편, 싸구려 모텔 매직 캐슬에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졌겠지만 이 모텔은 오갈 데 없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무니와 핼리도 말입니다.

플로리다프로젝트1.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20대의 젊은 미혼모 핼리는 6살 짜리 딸 무니랑 이 싸구려 모텔에 장기 투숙중입니다. 감독은 그들의 사연을 설명하는 대신 일상을 담담히 담아냅니다. 철 없기는 아이랑 막상막하인 미혼모 핼리, 그리고 오히려 엄마를 더 이해하는 듯한 무니, 사람들의 시선일랑 상관없이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무니는 친구 스쿠티의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 들러 음식을 받아옵니다. 핼리는 딸 무니가 받아 온 음식을 꺼내면서 다음에는 칠리 소스도 넣어 달라 말하라 합니다. 어쩌면 이 뻔뻔하기 그지없는 모녀의 행동이 미워보이진 않습니다.

핼리는 근처 중고가게에서 싸구려 향수 등을 헐값에 구입해서 건너편 화려한 리조트로 향합니다. 거기 부유한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팔아서 생활비를 마련합니다. 경비원에게 쫓겨나면서도 핼리는 욕을 해대며 유쾌하게 웃어댑니다. 더 이상 생활비를 마련할 길어 없어진 핼 리가 택한 것은 몸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모텔로 남자를 불러들입니다. 핼리가 무니에게 목욕할 시간이야 하면서 딸을 욕실로 보내는 장면은 처절하기 그지 없습니다. 핼리는 고객의 디즈니랜드 이용권을 훔쳐서 헐값에 팔다가 걸려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이런 엄마의 상황과 상관없이 천진난만한 무니는 스쿠티와 낸시랑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모릅니다. 2층 난간에서 모텔 투숙객의 차에 침밷기 경쟁도 하고, 모텔 관리인 바비를 골탕 먹이기도 합니다. 또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모텔 로비에 눌러앉아 천연덕스럽게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건너편 디즈니랜드로 건너가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손님들에게 잔돈을 얻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핼리는 핼리대로, 무니는 무니대로 생존의 법을 익히고 살아갑니다.

감독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연출은 시종일관 이들 모녀의 유쾌함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비참하기 그지없는 삶이지만 모녀는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유쾌함 – 모녀가 불행을 이기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너무 고단하기에 너무 지난하기에 웃음으로 버텨냅니다. 언젠가 한 신학자의 강연이 생각납니다. 그는 남미에서 사역했을 때 남미의 목회자들이 너무 유쾌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했습니다. 그들은 지난한 가난과 아픔을 웃음과 해학으로 버텨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션 베이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그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화려한 디즈니랜드 건너편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거기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자들,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감독은 심각한 표정, 엄숙한 가르침 대신 유쾌한 일상을 통해 우리를 집중하게 합니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가난한 자들을 먹이라는 성경의 정신, 그리고 미국 헌법의 정신이 어디 있느냐고. 정죄가 아닌 긍휼의 사람이 어디 있냐고.
성경을 성경대로 읽어내는 실제적 유신론자들을 기대해 봅니다. 오늘 우리시대의 디즈니랜드 건너편을 건너가는 삶으로 입증해 내는 발걸음을 말입니다. 종로 프로젝트를.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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