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기사입력 2018.04.04 17: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리틀포레스트-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03분 
개봉 : 2018 .02.28
감독 : 임순례
주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문소리(혜원 엄마), 진기주(은숙)



지난 주 S 자매가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서 공부하고 다시 올라오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입술은 떨렸습니다. 그 한 마디에는 그녀의 오랜 고민, 잠 못 이룬 밤들, 회한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자매의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고향 마을의 자랑입니다. 수재에 속한 자매였기에 Y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Y 대학의 졸업장도 그녀의 세상 진출에는 큰 도움이 되질 못했습니다. 졸업 후 1년 정도 그녀는 버티고 버텼습니다. 넉넉하지 않는 고향 집 부모님은 그녀의 4년 학비를 감당하기에 분명 벅찼을 것입니다. 아르바이트와 과외로 생활비는 스스로 마련했던 자매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비용이 들지 않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비단 S 자매만이 아닙니다. 노량진에서 고군분투하던 L, 신림동 고시원에서 버티고 버티던 P도 최근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재충전을 위해서라는 말을 남기고 말입니다.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저로서는 분간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영화 속 혜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고향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을 했지만 임용고시의 벽을 뚫지 못한 혜원은 쓸쓸히 고향집으로 내려갑니다. 고향집 앞에 이른 혜원의 감정은 복잡합니다. 소위 보란 듯 성공해서 금의환향한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발은 무겁고 애처롭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다다른 고향집은 반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차디 찬 냉기만이 집안을 감돕니다. 금방이라도 서러움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우선은 냉기를 이기기 위해 오래된 벽난로에 불씨를 집히고 고단한 몸을 누입니다. 한 숨 자고 나면 괜찮겠지요 내일의 태양은 다시 떠오를 테니까요. 그러나 그녀의 아침은 또 다른 서러움입니다. 쌀독은 비었고 냉장고에도 먹을 것이 없습니다. 가장 서러운 게 먹을 것 아닐까요? 사실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작정한 것이 먹거리였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던 그녀는 유통기간이 지나 팔지 못하는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그 서러움, 그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이 서울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고향집 상황도 매한가지이군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나도 그 땐 그랬다.’ 이런 꼰대 같은 소리는 혜원의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틀포레스트1.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혜원의 이런 시린 마음은 누가 헤아려 줄까요? “언제 내려왔노? 왜 왔다고 말하지 않노?”라며 잔소리를 하는 고모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고모는 퉁명스레 “밥 먹으로 가자.”고 합니다. “고모는 고모야. 이모와는 달라.”라고 혼잣말을 하지만 고모의 따뜻한 밥 한 끼를 게 눈 감추듯 먹고는 혜원은 기운을 북돋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 그 예전 선지자 엘리야도 이세벨의 광기를 피해 광야 길로 도망가다 기진맥진해서 죽기를 바랐지만 한 끼 밥 먹고 다시 기운을 차리지 않습니까?

이어 고향친구 재하와 은숙이 그녀의 귀향 소식을 듣고 방문합니다. 오랜 고향친구들, 재하는 서울의 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회사 상관의 몰인격적 대우와 무시를 견디지 못하고 귀향해서 아버지 농사를 이어받았습니다. 은숙은 고향 근처 단과대를 졸업하고 작은 은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재하의 농사일도, 은숙의 직장 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름의 고생과 설움이 그들을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오랜 만에 내려온 혜원과 이들의 조우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됩니다.

지친대로 지쳐서 내려온 혜원은 친구들과의 조우로 다시 힘을 냅니다. 혜원은 우선 집 앞의 텃밭을 가꾸는 일로 시골생활을 시작합니다. 감자도 심고, 가지도 심고, 고추, 그리고 토마토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땅에서 나는 귀중한 소산들을 가지고 밥을 해 먹습니다. 오래전 어머니가 남겨준 그 요리법대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고, 스파게티, 떡도 해 먹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땅에서 나는 정직한 먹거리, 땀의 대가로 얻은 음식은 그녀의 몸을,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회복시킵니다. 절망은 희망으로, 좌절은 용기로, 포기에서 도전으로 서서히 그녀의 삶이 회복됩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혜원을 혜원되게 합니다. 몸의 허기를 채움이 곧 마음의 허기를 채워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리틀 포레스트는 그 후의 혜원의 삶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녀가 시골에 눌러 앉았는지, 다시 시험에 도전했는지 답을 주지 않습니다. 저 또한 영화가 이 시대의 청춘들을 향한 정답이라 보지 않습니다. 여전히 구조적 모순은 남아 있고, 취업은 힘들고,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를 통해 한 가지는 깨 닫습니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밥 한 끼’라고 말입니다. 어차피 삶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따뜻한 밥 한 끼와 따뜻한 격려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어설픈 꼰대 같은 말 한 마디보다 낫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의 진행형인 서글프고 시린 청춘들을 향한 쉼표와도 같은 리틀 포레스트, 여러분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 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저작권자ⓒCTMNews & ctm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상로 102 3층(초량동) | 인터넷신문등록번호:부산광역시 아00096 등록일자:2011.07.25

발행인/편집인 : 김성철,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종철 TEL : 070-7565-1407 FAX : 051-462-6698  | e-mail : ctmnews@ctm.kr

Copyright ⓒ 2011 http://ctmnews.kr All right reserved.

CTMNews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