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Keys to the Heart, 2017

기사입력 2018.02.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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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Keys to the Heart, 2017

그것만이내세상-포스터.jpg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20분 
개봉 : 2018 .01.17
감독 : 최성현
주연 : 이병헌(김조하), 윤여정(주인숙), 박정민(오진태)



“내가 사는 이유가 뭐냐구요? 제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틴 그레이- 10대 때 나치의 침공으로 게토에 갇혀 살아야 했고, 가까스로 탈출해 러시아군에 입대해서 나찌와 싸웁니다. 그러나 전후 러시아의 폴란드 통치로 인해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출신의 제약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프랑스로 이주해 살았습니다. 프랑스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던 중 생각지도 못한 화재로 가족을 다 잃어버립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 왜 살아야 하는 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희망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 때는 동양 챔피언이었으나 이제는 오갈 데 없는 신세인 김조하, 자신의 몸 하나 겨눌 길 없어 전전긍긍합니다. 전단지를 돌리며, 스파링 상대가 되는 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아갑니다. 잘 곳이 없어 심야 만화방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에게 세상은 지독히 외롭고 거칠며 자본주의는 냉혹합니다. 사각의 링이 아닌 세상이 더욱 혹독하게 그에게 잽을 날리며 세상과의 싸움이 힘 겹기만 합니다.

오랜 친구와 밥 한 끼 해결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정말 우연히 오래 전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극적으로 조우합니다. 어머니 역시 식당 허드렛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솟아오르지만, 조하는 결국 어머니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갑니다. “요즘 세상에 공짜 숙박, 공짜 밥 해결하는 게 어디냐?”는 친구의 말이 그의 처지를 설명합니다. 원망할 이유도 화를 낼 이유도 포기해야 하는 그의 처지가 애처롭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 진태를 얼떨결에 맡게 됩니다.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벅찬 조하에게 듣도 보도 못한 장애 동생 진태는 삶의 무게를 더합니다. 그의 말처럼 “X 같은 세상”입니다. 설상가상으로 17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조하에게 탈출구는 있을까요? 놀라운 사실은 조하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냥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링 위에서 KO패를 당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싸우듯이, 그는 자신의 인생의 사각 링에서 싸워 나갑니다. ‘불가능 –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안내를 받으면서 말입니다.

그것만이내세상2.jpg▲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그런데 영화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니, 오준태라는 존재는 김조하에게 짐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밉고, 때론 걸리적거리고, 때론 회피하고 싶은데 사실은 동생이 그의 인생을 붙들어줍니다. 동생이 없었다면 그는 삶을 포기해 버렸을지 모릅니다. 지켜야 할 동생이 있기에 더 버틸 수 있고, 더 외롭지 않습니다. 마치 그의 어머니가 생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준태를 지키기 위해서였듯이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필립 얀시의 조언이 헛말이 아닌가 봅니다. “고통은 오히려 우리 인생의 선물이자 은총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필립 얀시에게 영감을 준 폴 브랜드 박사는 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폴 브랜드 박사는 한센병 환자의 가장 큰 아픔은 그들이 외부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통증을 느껴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치료받을 수 있는데 신경이 죽어가는 한센병 환자들은 도무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브랜드 박사는 인간이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고통이 있다는 것이 치료자 되신 하나님께 돌아가는 길이라고 고백합니다.

조하에게는 준태가 그리고 어머니가 그렇습니다. 짐이라 여겼으나 사실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삶을 새롭게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조하의 마음이 열리자 준태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얼핏 보니 정상이 아닌 것 같았던 준태가 실은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슨 음악이든지 한 번 들으면 바로 연주해 내는 천재적 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우연의 일치 속에서 준태는 피아노 콩쿨에 나가게 되고 이어 갈라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서게 되는 동화 같은 일들이 이들 형제에게 일어납니다. 물론 영화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극적인 반전, 우연의 일치가 연속으로 벌어집니다. 우리네 삶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쉽사리 영화의 결말, 전개에 동의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필립 얀시의 말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우연의 일치를 통해 일하신다.” 식당에서 마주친 어머니, 생각지도 못한 자폐 동생, 그리고 교통사고로 만나게 되는 피아노 선생님, 그 우연의 일치가 섭리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예전 룻이라는 모압 여인은 남편이 죽고 홀로 된 시어머니와 함께 낯선 땅에 오지만, 마침 이삭을 줍던 밭에서 보아스라는 인물을 만나고 그와의 극적 결혼을 통해 아들을 낳고 다윗의 조모가 되지 않습니까? 하필 그 많고 많은 여자들 중에 에스더라는 고아가 페르시아의 왕의 눈에 뛰어 왕비가 되고 민족을 구하지 않습니까? 우연의 일치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조하에게 지워졌던 굴레, 삶의 무게, 고통, 동생, 어머니, 아버지, 어제의 실패한 인생은 그에게 우연의 일치로 주어진 은총 아닐까요? 이제 우리 삶을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 펼쳐진 벅찬 하루하루를 섭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그렇게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놀라운 반전, 기적,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가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보시고 그 분이 우리의 감독이 되시니 말입니다. 그러니 잊어버리지 마세요. 오늘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풍경이 될 테니 말에요. 그것만이 곧 내 세상이니까요? 아시겠죠?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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