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2017

기사입력 2018.02.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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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2017

신과함께-포스터.jpg
장르 : 판타지,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39분  
개봉 : 2017 .12.20
감독 : 김용화
주연 : 하정우(강림), 차태현(자홍), 주지훈(해원맥)



“만약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곧 타인이다.”고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그가 말한 지옥으로서의 타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나와 다른 타인, 다름 때문에 발생하는 경쟁, 다툼, 시기, 질투 등으로 형성된 관계다. 나와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고 그런 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이 그에게는 지옥이었다.

단테는 신곡 중 [지옥]편에서 의외의 인물들을 만나고 깜짝 놀란다. 지체 높은 성직자들, 재판관들, 부자들이 지옥에 있다. 단테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일까? 어쩌면 그들은 이 세상에서 타인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자들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된다. 지옥은 저 세상 어디가 아니라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예수께서도 지옥 이야기를 하셨다. 놀라운 사실은 그 지옥에 이 땅에서 떵떵거리고 살았던 부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거지 나사로는 아버지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반면, 그에게 제대로 된 밥 한 끼 대접하지 않았던 부자는 지옥에서 고통스러워 한다. 사실 그 부자는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든 자 아닐까?

김용화 감독의 신작 [신과 함께]는 한 망자의 죽음 이후의 여정을 그린다. 아, 물론 그의 시각은 기독교적인 것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런 문구가 나타난다.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기독교가 말하는 7대 죄악인 ‘탐심, 탐욕, 교만, 정욕, 나태, 시기, 분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환생이라는 영화의 테마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다르다. 이 점은 주의하자.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김자홍은 끔찍한 화재 현장에서 여자 아이를 구하고 난 뒤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있으나, 그의 앞에는 저승 차사 해원맥과 덕춘이 나타난다. 그들의 인도를 따라 저승문인 초군문에 다다르자 이들의 리더인 저승차사 강림이 기다린다.

강림은 김자홍에게 앞으로 7가지 죄에 대한 심문을 받을 것이며, 7개의 관문을 통과하면 의인이 되어 세상으로 환생할 것이라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만 믿으라 말한다. 강림과 덕춘은 김자홍이 19년 만에 나타난 의인이라며, 그가 7개의 관문, 즉 재판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김자홍은 이들 삼차사와 함께 드디어 첫 번째 관문인 살인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 차사 강림은 김자홍이 당연히 의인이기에 쉽게 통과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앞에 파노라마처럼 이생에서의 일들이 펼쳐지고 간접살인 혐의가 드러난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 동료 소방관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여 죽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옥불에서 5년을 고생해야 한다고 판결이 난다.

신과함께2.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이 때 차사의 리더인 강림이 자홍을 대변하며 나선다. 자홍이 동료를 두고 나온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변호한다. 동료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렸었고 자홍은 사람들을 구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 비록 동료를 외면했지만 대신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7명을 구했으니 오히려 자홍이 의인이 아니냐고 변호한다. 그의 변론은 받아들여져 자홍은 무사히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다.

그런데 이 재판과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우선 모든 사람이 죽은 후 재판정에 선다는 점이 그러하고, 의인이라 여겨졌던 사람도 죄목들이 드러난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자홍의 죄에 대하여 최선을 다해 변론하는 차사 강림의 존재가 그러하다. 이는 성경적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하다. 마틴 루터가 경험한 재판정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우선 우리는 재판관이신 하나님 앞에 설 것이며, 로마서가 증언하듯 의인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죄에 대한 변호인이신 예수님이 계신다. 그 분은 의로운 재판장이신 하나님 앞에 낱낱이 드러날 우리의 죄악에 대하여 변호하신다. 물론 강림의 변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변호인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맞습니다. 저이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죄 때문에 내가 십자가에 달렸고 그 위에서 속죄하지 않았습니까?”

이어지는 재판과정에서 자홍의 죄들이 드러난다. 거짓을 재판하는 곳에서 그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동료의 딸에게 거짓 편지를 쓴 것이 밝혀진다. 거짓으로 희망의 내용을 적어 아이로 하여금 상처를 입게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 편지들이 거짓인 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더욱 큰 실망을 하게 되었으니 그 죄가 크다는 것이다. 이번엔 차사 덕춘이 변론한다. 아이가 거짓 편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욱 큰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거짓은 거짓이 아닌 것이라고 변론한다. 소위 선의의 거짓말은 옳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자홍은 무사통과다.

마지막 관문인 천륜에서 자홍은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 자홍이 청소년 일 때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질식사 하려고 했고, 이것을 막아선 동생을 심하게 때렸으며, 그 사건 후 가출하여 단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기에 이 죄질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 때문에 자홍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었다. 그는 마음 속에 어머니에 대한 죄를 안고 살았고 어머니 앞에 용서를 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한 것이 안타깝다.

마지막 재판정에서 염라대왕은 자홍을 앞에 두고 선언한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그런데 그 중 일부만이 용기를 내어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또 그 중 정말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용서를 한다.  

결국 자홍이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용서를 구하지 않은 것이며, 용서 받지 못한 채 죽은 것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자홍은 지금 죽어 지옥 앞에 있기도 하지만,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니 영화가 실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어서의 심판이 아니라 살아서의 심판이며, 저곳에서의 삶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은 용서를 빌고 용서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그 곳은 곧 천국이다.

타인이 곧 지옥이라고 말한 사르트르의 말을 이렇게 바꾸어보자. 타인이 지옥이 아니라 용서하지 못한 타인이 지옥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곳, 용서하고 용납한 타인은 곧 천국이다. 지옥을 살 것인지 천국을 살 것인지 결정권은 내게 있다. 사랑하지 못하는 곳이 지옥이라면 사랑이 있는 곳은 천국이다. 뒤늦은 후회 말고 지금 사랑하고 용납하여 천국을 살아가기를 그 사람이 바로 우리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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