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기사입력 2018.01.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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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스타워즈-포스터.jpg
장르 : 액션, 모험, 판타지, SF 
제작 : 미국 

시간 : 152분 
개봉 : 2017 .12.14
감독 : 라이언 존슨
주연 : 데이지 리들리(레이), 마크 해밀(루크 스카이워커), 아담 드라이버(카일로 렌)


  
엔도 슈사쿠가 쓴 소설 [숙적]은 두 명의 사무라이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16세기 말 일본 막부 시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두 가신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의 삶이 주요 내용이다. 두 가신은 어릴 때부터 히데요시를 따라서 전쟁을 배웠고 마침내 일본 천하 통일의 주역이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생래적으로 서로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무사 출신의 가토는 단순하며 충직한 반면, 고니시는 상인 집안 출신으로 다소 유연하며 생각이 많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니시의 인생에 결정적 고비가 오게 된 계기는 히데요시가 기독교 금지령을 내린 후 부터다. 고니시는 포르투갈 같은 서구와 무역을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인 신자였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고니시의 인생은 갈등의 연속이다. 엔도는 이를 가리켜 면종복배라 표현했다. 히데요시의 면전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버린 것처럼 행동하고 뒤로는 몰래 신앙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반면 고니시의 멘토이자 역시 히데요시의 신하였던 다카야마 우콘은 군주가 내린 영지와 지위를 다 버리고 기독교 신앙을 유지한 채 초야에 묻힌다.
 
고니시의 구구절절한 인생은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자유를 찾게 된다. 히데요시의 사후 권력의 혼란 속에 세력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게 되는 시점이다. 고니시는 이에야스의 신하들에게 잡혀 처형을 당하게 되는데, 엔도는 이렇게 묘사한다. ‘안장 없는 말에 태워진 유키나가는 오로지 그가 믿는 예수님만을 생각했다. 예수 역시 지금의 그와 마찬가지로, 아니 지금의 그보다 훨씬 더 참혹하게 예루살렘 거리를 십자가를 짊어진 채 처형장까지 끌려가야 했다.’ 엔도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라 설명한다. 유키나가는 권력의 속성을 본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를 이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장악하고, 그가 죽어간 자리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르는 것을 본 것이다. 말 그대로 권력은 공백을 모르는 것이었다. 유키나가는 이제 이 반복적이고 굴레 같은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고자 한 것이다. 그 때 그의 영혼은 자유로왔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난 뒤 딸 아이가 한 마디 툭 던진다. “아빠, 스타워즈 시리즈는 예수님 오실 때까지 계속 만들어 질 것 같아요. 악한 자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선과 악의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니까요. 그죠?” 딸 아이가 이 영화의 핵심을 꿰뚫어 본 것 같다. 그렇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계속 될 것이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진 1977년 즈음에 악의 상징이었던 시스, 그리고 다스 베이더는 [제다이의 귀환]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포스가 깨어나고, ‘시스’의 자리에 ‘엠파이어’(제국)와 ‘퍼스트 오더’라는 이름으로 악은 다시 등장했다. 동시에 ‘다스 베이더’의 혈통을 이어받아 ‘카일로 렌’이 등장한다. 그렇다. 악은 아니 권력은 결코 진공상태를 허락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에 오르게 되어 있다. 슈프림 리더 스노크는 절대적인 힘을 이용해 퍼스트 오더를 장악하고, 카일로 렌은 그의 충직한 부하가 되었다. 그리고 은하계 전체를 장악하며 그에 맞서는 자들은 철저히 파괴한다.
 
스타워즈3.jpg<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반면 고무적인 일은 악에 맞서는 세력 역시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다스 베이더의 절대적인 악에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가 맞서 싸웠다. 악의 세력이 사라지고 공화국에 평화가 찾아오자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는 잠적했다. 그러나 슈프림 리더 스노크가 악의 세력을 일으켜 루크의 제자였던 카일로 렌이 스노크의 부하가 되었다. 마지막 제다이 루크가 사라진 은하계에 이제 누가 이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울 것인가? 바로 레이라는 여성이다. 이것이 이번 시리즈의 결정적인 차이다. 레이는 자쿠라는 별 볼 일없는 황량한 행성 출신이다. 게다가 부모도 그저 그런 인물들이었다. 전편 시리즈에서 다스 베이더, 루크 스카이워커, 카일로 렌이 특별한 신분의 출신들인 반면에, 레이는 지극히 평범한 출신의 여성이다.
 
레이와 함께 스누크에 맞서 싸우는 포, 핀, 로즈라는 인물들도 실상 제 3 세계 출신들이다. 굳이 따진다면 포는 인도계며, 핀은 흑인이며 로즈는 동양인이다. 이제 서구가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 이러한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은하계를 지키는 영웅들이며, 레이 또한 제다이 혈통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카일로 렌에게 맞서 싸운다. 그래서일까?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하지만 그는 제 역할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더 이상 제다이가 은하계를 구하지 않는다.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전작의 주인공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흔들리지 않는 인물들이었다. 다스 베이더는 악의 화신이며, 루크 스카이워커는 선의 상징이다. 악과 선이 분명하게 대립했고, 그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카일로 렌과 레이는 흔들리는 인물이다. 악의 편에 선 카일로의 본성에는 여전히 선의 힘이 남아 있고 이로 인해 갈등하며, 레이 역시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힘에 놀라곤 한다. 이들은 경계선에 서 있다. 이제 제국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존재한다. 카일로와 레이의 내면에서 포스, 그리고 제국의 권력이 싸운다. 진짜 싸움은 그들의 내부에 있고 자신과의 싸움 여부가 은하계를 살리기도 혹 죽이기도 한다.
 
악은 결코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제국이든지, 마음이든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외부적 권력이든지, 내부적 마음이든지 진공상태는 없다. 역사 상 유일한 분 예수 그리고 그 분이 지신 십자가만이 이 연결고리를 끊는다. 곧 자기 비움, 자기희생이다. 내면의 성소를 비워내고 선을 향한 갈망을 가진 자만이 외부적 악의 권력을 극복한다. 스타워즈는 계속 되고 우리 안의 전쟁도 계속 될 것이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고니시 유키나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다카야마 우콘의 길을 갈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곧 각자의 인생이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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