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딩 디 아크: 세상을 바꾸는 힘 Bending the Arc, 2017

기사입력 2017.12.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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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딩 디 아크: 세상을 바꾸는 힘
Bending the Arc, 2017

벤딩디아크-포스터.jpg
장르 : 다큐멘터리 
제작 : 미국 

시간 : 102분 
개봉 : 2017 .11.09
감독 : 키프 데이비슨, 페드로 코스
주연 : 폴 파머(본인), 김용(본인), 오필리아 달(본인)
 

 
“결핵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 치료만 제대로 받는다면.” 이 강렬한 한 마디가 영화와 이들의 삶의 모티브다. 폴은 하바드 의대를 졸업하고 아이티에서 결핵 퇴치를 위해 평생 헌신한 인물이다. 18살에 우연히 아이티를 여행하던 중 폴은 아이티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을 마주한다. 얼기설기 얽어 만든 집, 깨끗하지 않은 물, 쓰레기 더미 그가 본 것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운명으로 받아들인 삶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였다. 병원도 없고, 약도 없고, 의사도 없었다. 아프면 그냥 죽어갔다. 그것이 운명이었다.
 
폴은 궁금했다. 왜 이들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는가? 가난은 이들의 운명인가? 이들의 게으름 때문인가? 폴은 이런 의문과 함께 한 가지 전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누가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폴은 정치적 거대담론을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가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사가 되는 길이다.’ 폴은 의대에 진학했고, 의과대를 졸업하고 아이티로 향했다. 그리고 작은 진료소를 시작했다. 폴의 작은 진료소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도 없이 진료했지만 폴 자신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진료소에는 이들을 감당할 약도, 시설도 턱없이 부족했다.
 
폴은 포기하지 않는다. 거대한 장벽에 부딛혔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폴의 돌파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할 동료였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일을 지원해 줄 후원자였다. 폴의 간절한 노력과 기대로 두 가지가 충원되는데 의대 동료인 김용과 사회운동가 오필리아였다. 이 세 사람의 젊은이는 무모할 정도의 도전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우선 아이티에 살아가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핵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환자에게는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투여를, 다른 이들에게는 예방 차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한 장벽에 다시 한 번 다다르게 되는데, 그것은 터무니 없이 비싼 약 값이었다. 약은 있지만 너무 비싸서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국제보건기구인 WTO마저 이들이 행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여 반대하기에 이른다.
 
벤딩디아크2.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이들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제약회사의 카르텔과 세계은행으로 대표되는 북반구 강대국들의 제3세계 정책 기조가 치료를 막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1978년 세계은행은 가난한 국가들에게 대대적인 원조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원조를 기반으로 그들의 정책까지 간섭하게 되는데, 원조금을 상환하기 위해 긴축재정을 강요하고 그것은 곧 취약계층의 교육과 의료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강대국들의 탁상논리에 의해 가난한 국가들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김용은 이러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요지는 하나다. 모든 사람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로 치료받아야 하며, 정치 논리에 의해 기본 서비스를 침해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이러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김용은 제약회사의 약들의 특허 여부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특허 기간이 끝난 약들의 복제와 가격 할인을 기어이 받아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 사람은 아이티 사람들의 결핵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중반부에 김용이 진료했던 특이 결핵환자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치료 받지도 못했고, 원인도 잘 몰랐다. 그러나 김용과 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는 치료를 받았다.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시점,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여 건강한 청년이 되어 있는 환자를 보자 김용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관객들도 대부분 눈시울을 적신다. 폴의 말이 다시 가슴에 울린다.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결핵으로 죽는 환자는 없다.” 그렇다. 구조적 가난 때문에, 정치적 결정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 사람이기에, 누구라도 그가 부자이든 가난하든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생명을 이어갈 권리가 있다. 세 사람은 바로 그 일을 기적적으로 해 내고 있다.
 
아이티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 사람은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곧 에이즈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에이즈 자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막론하고 질병이 걸린 환자를 살려내고 치료해 내는 것이 의사의 본업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에이즈 치료 약 역시 너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구의 부유한 환자들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의 가난한 환자들은 치료에서 제외되고 죽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들은 사람들을 조직했고 목소리를 냈으며 결국 약 값 할인을 이루어냈다. 모든 환자는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치료받아야 한다는 단순한 신념, 그 신념을 실천해 내는 것, 그리고 이 신념에 사람들을 동참시켜 내는 것,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현재 폴 파머 박사는 하바드 의대 교수이자 보건 관련 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오필리아 달은 파트너스 인 헬스라는 단체를 통해 이 사업을 가난한 나라들에 실행시키고 있다. 김용은 세계보건기구 에이즈 국장을 거쳐 얼마 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받았다. 물론 그는 세계은행이 제3세계 가난한 국가들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일을 실행시키고 있다.
 
30여년 전 세 명의 젊은이가 꿈 꿀 때 그것은 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아이티에는 국립병원이 들어섰고, 르완다에는 보건체계가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들을 통해,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헌신자들을 통해 살아났고 지금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죽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그것이 운명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일어섰다. 이들과의 만남, 치료를 통해 삶을 유지해 가고 있고,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운명을 방치하지 않는다. 아니 타인의 패배주의적인 운명도 방치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세워 나가고 살려내는 일에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2천여년 전 이 땅에 오셔서 무엇보다 가난한 자들을 치료하신 예수님이 생각난다. 온갖 편견과 관습에 맞서 외친 말씀이 울려퍼진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옳은 일을 하자. 그렇다. 옳은 일에 헌신하자.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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