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2017

기사입력 2017.08.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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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Anarchist from Colony, 2017

박열-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29분
개봉 : 2017. 06. 28

감독 : 이준익
주연 :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1923년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엄청난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입게 된다. 당시 일본 내각은 지진 복구를 제대로 해 내지 못했고 국민들의 원성은 내각과 천황을 향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천황궁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당시 내무대신이었던 미즈노는 얄팍한 꾀를 내었다. 다름 아닌 여론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도쿄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이 지진의 틈을 타 우물 등에 독약을 뿌리고, 체제 전복을 시도한다는 거짓을 언론에 흘렸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자, 내각은 계엄령을 내려 조선인들을 검거하고 극우단체들이 무차별로 조선인을 학살하는 짓을 감행했다. 이 사건으로 약 6천여명의 조선인들이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내무대신 미즈노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여론은 악화되었고 국제사회에 조선인 학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일본의 지성인들과 양심있는 자들이 조선인 학살을 묵과하지 않았고 내각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즈노는 다시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는데, 당시 ‘불령사’라는 조직을 통해 항일운동을 하던 박열과 동지들을 검거한 것이다. 그리고는 박열이 천황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상해로부터 폭탄을 들여왔다고 흘렸다. 여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는 전형적인 권력의 수법이다. 르네 지라르가 말한 바, 그들은 희생양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권력자들은 정치적 위기가 찾아오면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을 찾고 그들에게 국민들의 분노를 터트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분노는 사그러들고 위기는 잊혀진다.
 
 ‘불령사’를 이끌었던 박열은 일본내각의 수법을 꿰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되는 조선인에 대한 학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스스로가 희생양이 되기로 결정한다. 자신이 천황 암살 계획을 세웠고 폭탄 밀반입을 주도했다고 자백하며 형무소로 향한다. 일본은 박열을 천황 암살범이라는 대역죄인으로 만들었고, 이를 위해 거짓 재판정을 꾸리고 검사 등이 조서를 꾸민다. 국제 사회의 비난을 막기 위해 적법한 재판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박열3.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러나 검사의 심문이 진행될수록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박열이 의도했던 대로 진행된다. 박열의 의도는 한 가지다.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 재판 과정을 통해 일본의 부당한 탄압, 그들의 조선인 학살을 온 세상에 알리고자 함이다. 재판과정, 진술 등을 통해 언론에 일제의 억압을 폭로하고자 함이 그의 계획이다. 이 과정에 그의 애인이자 동지인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가 동참한다. 그녀도 스스로 이 계획의 일원이었다 자백하며 재판을 받는다. 후미코는 재판 과정 중 천황 자체를,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 자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천황은 없어져야 한다. 천황이 무엇인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국민들을 호도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천황을 없애는 것이 곧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박열과 후미코는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이 되었다. 또한 지라르의 표현대로 희생양은 폭로의 기능을 한다. 그들이 사람들의 원망과 분노를 짊어졌으나 오히려 자신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의 잊혀진 양심을 깨운다. 권력의 부당함을 폭로한다. 일본의 만행, 군국주의의 부당함을 폭로한다. 그것이 박열과 후미코의 용기이자 희생이다.
 
 예수께서도 자발적 희생양이셨다. 예수께서는 군중의 분노, 권력자들의 분노를 친히 짊어지셨다. 십자가는 분노의 저주의 결정체였다. 예수께서는 인류의 죄, 죄의 속성을 다 짊어지신 하나님의 희생양이셨다. 그러나 십자가의 희생양은 동시에 권력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인간의 죄를 폭로하고, 폭력성을 폭로한다. 그리하여 죽은 양심을 살려내고, 회개에 이르게 하며,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신다. 자발적 희생양이신 예수, 그리고 십자가는 인간의 폭력에 대한 폭로이자 양심을 깨우는 구원이다.
 
 박열이 꿈꾸던 나라, 후미코가 꿈꾸던 나라, 그 예전 이사야가 꿈꾸던 나라, 예수께서 기초를 놓으신 나라,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놀며, 어린아이들이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물지 않는 나라, 공의와 사랑이 넘치는 나라, 군림하지 않으며 억압하지 않는 나라, 자발적 양심에 따라 서로를 섬기는 나라, 그런 나라가 이루어지길, 그런 세상이 완성되길 꿈꾸자. 


김양현 목사.jpg▲ 김양현 목사 <기독영화 평론가>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랫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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