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군목사] 드럼아! 너의 설 자리는 어디냐?

기사입력 2017.07.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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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70704_221937475.jpg▲ 필자인 안태군 목사는 J아카데미원장, J4 Band Leader,성음신학대학 MIDI 교수(전) 이다.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우리나라 교회의 1세대 드럼연주자 출신이다. 필자의 출신 교회는 순복음교회였는데 아마도 부산에서 우리 교회가 가장 먼저 드럼을 도입하고 예배 중에 드럼을 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당시 장로교회를 비롯한 다른 교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룹사운드(밴드)가 너무나 하고 싶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사운드’ ‘히식스’, ‘템페스트’ 같은 국내의 실력 있는 밴드에 꽂혀 날마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손바닥으로 리듬을 두들겼다. 그 밴드가 얼마나 하고 싶었던지 중학교 졸업할 때쯤 푼푼이 용돈을 모은 저금통을 깨서 그 당시의 돈 6만 원으로 무작정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를 샀다. 물론 연주는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러던 중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음악적으로 뜻이 맞았던 김정수 목사(순복음 남부산교회 담임)와 그룹사운드를 하려고 사뒀던 기타의 연주법을 함께 연구하고 익혀 나갔다. 김정수 목사는 손재주가 좋아서 굴러다니는 스피커와 오디오 앰프, 버려진 가구 등을 활용하여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타 앰프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 기타와 앰프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던지 제법 들어줄 만한 사운드가 났고 슬슬 소문도 퍼지기 시작해서 나중엔 이곳저곳으로 막 불려 다니게 되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교회에서 지켜보더니 ‘드럼’을 사주면 연주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해왔던 손바닥 퍼커션 실력을 믿었다.
 
  요즘이야 인터넷이나 몇 발자국만 걸어서 나가도 그런 악기를 배울 수 있는 학원 같은 다양한 교습매체가 많이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배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았고 배움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10만 원짜리 ‘방배동 제’ 드럼 세트를 사오긴 했는데 조립과 세트 구성을 할 줄 몰라 상당히 애를 먹기도 하였다. 스네어 드럼이 이쪽인지 하이햇 심벌즈가 저쪽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설명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TV나 악기점에서 눈대중으로 대충 봤던 드럼 세트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다.
 
KakaoTalk_20170704_142402851.jpg▲ 사진은 80년대 중반 음악선교단에서 활동할 당시의 공연 모습. 맨 좌측에 김치두 선교사(베트남), 왼쪽에서 두 번째로 정경섭 선교사(나눔선교회 대표), 맨 우측에 찬양사역자 변용세 목사, 드럼 파트가 필자.
   좌우간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드럼 세트 앞에 앉아 연주하는데 당시 연습을 따로 한 것이 아니라 부흥회나 기도원집회에 불려 다니며 연습과 실전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왜 그 시절 부흥회 때 찬양을 엄청 많이 하지 않았는가? 특히 부흥강사의 찬송 메들리는 최고의 연습교재였다.   
   부흥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드럼 연주가 맞건 틀리 건 개의치 않는다. 아주 뿌리를 뽑을 정도로 열심히 찬양한다. 그때 두드리는 거다. 사정없이 연습하는 거다. 두어 시간의 부흥 집회가 끝날 때쯤이면 나의 실력은 일취월장해진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음악선교단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음악선교단 활동을 하면서 초청받은 교회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소문을 듣고 초청은 했지만, 아직 드럼을 비롯한 전자악기를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교회나 음악선교단에서 드럼을 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단원에게까지 드럼 좀 살살 치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서론이 좀 길었다. 여기서부터는 하고 싶은 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드럼은 적폐라는 발언을 했다가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르고 계신 S 목사님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쓴 글인 동시에 이번 일로 상처 입은 찬양사역자, 특히 드럼연주자들을 위한 글이다.   
  드럼은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악기이다. 다른 전자악기들은 얼마든지 볼륨을 제어할 수 있지만, 드럼은 제대로 두드려야 소리가 나는 악기이다. 물론 고수가 연주하는 소리와 초보자가 내는 소리는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어떻게 들어도 소리가 크고 시끄럽다.   
  그런데 이걸 인위적으로 힘을 조절해 살살 치라고 한다면 아마추어에겐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고 내공 있는 연주자들의 제대로 된 소리도 듣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거의 모든 밴드의 중심이 되는 파트는 드럼이기 때문에 드럼에서 사운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 밴드의 연주는 절대 좋은 연주가 될 수 없다.  
  자,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나라의 수많은 교회에서는 우후죽순처럼 드럼을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아마도 거의 1 교회 1 드럼일 정도로 드럼이 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 작지 않다. 그런데도 드럼은 시끄러운 악기라는 인식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어정쩡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드럼이라는 악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그래서 싫다고 하면 되지 여기에다 온갖 누명을 다 씌운다. 드럼이 비 성경적인 악기라는 둥, 예배학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둥, 교회의 경건에 방해가 된다는 둥 적폐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드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이크나 오르간도 쓰지 말아야 한다. 마이크는 히틀러의 대중 연설을 위해 나치가 히틀러를 위해 만든 것이다. 수많은 인명을 학살하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놓은 히틀러의 발명품이었다.
  오르간은 어떠한가? 로마 시대에 그리스도인을 핍박할 때 운동장에 그리스도인을 먼저 풀어놓고 사자를 풀어놓았는데 그때 관중의 흥분을 돋우기 위하여 연주되던 악기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 중세시대에 오르간이 성당에 설치되는 것을 많은 그리스도인이 반대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르간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해볼까? 중세에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려면 수십 명의 노예가 동원되어 바람을 펌프질하였다. 위에서는 온갖 폼을 잡고 경건한 척 예배하지만 밑에서 반인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오르간은 가히 '잔인한 악기'라는 말을 들을만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오르간은 고상하고 드럼은 저열한가? 오르간은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도구이고 드럼은 예배에서 몰아내어야 할 적폐 도구인가? 이런 걸 요즘 젊은 친구들 말로 이중성이 쩐다고 한다. 또 오래된 식상한 예화를 하나 들어야 하나? 칼이 강도의 손에 붙들리면 사람 잡는 칼이 되지만 장군의 손에 붙들리면 나라를 지키고, 요리사의 손에 붙들리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본질이지 우리가 비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진정 드럼은 예배의 도구로서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드럼은 시끄러운 악기라고 그랬다. 이건 어떤 쉴드를 쳐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엄숙과 경건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예배에는 분명히 맞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옛날에 대예배라고 불렸던 지금의 11시 예배에 드럼을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아마도 요즈음 교회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경우는 오후 찬양예배나 금요기도회의 오프닝 시간 이삼십 분 정도이다. 그러다가 예배의 시작과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드럼 소리이다. 이게 불편한가? 이 정도도 못 참는가? 이 시간이 불편하고 힘든 사람은 예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예배당으로 들어오면 된다.   

  그런데 사실 드럼보다 드럼연주자가 더 문제라는 사람이 많다. 일면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국 교회에 실력과 영성을 겸비한 드럼연주자는 많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이나 청년 중에서 드럼을 조금이라도 칠 줄 알면 검증 없이 일단 쓰고 보는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글이 자꾸 길어지니 여기서 앞의 내용을 압축해서 정리해보자.   
1. 드럼은 소리가 큰 악기이다.
2. 드럼은 소리 크기를 조정하기가 어렵다.
3. 드럼은 대단히 섬세한 악기인데 준비되지 않은 연주자가 다루는 경우가 많다.
4. 드럼은 전통적인 예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5. 드럼과 드럼 연주자는 잘못이 없다. 그것을 도입하고 그를 임명한 담임 목사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사실 위의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교회가 드럼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잡음의 책임은 담임 목회자나 결정권자에게 있다. 그런 책임에서 벗어나 어물쩍 드럼이나 드럼연주자에게 이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물론 있다. 안 받아들여서 탈이지..  
  드럼의 큰 소리를 잡는 방법은 교회마다 드럼 부스를 시공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드럼을 최고의 연주자가 연주한다고 할지라도 방음이나 흡음이 제대로 안 된 예배당 공간에선 그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기에 십상이다. 교회 관계자들은 드럼 한 세트 달랑 사 오지 말고 드럼 부스까지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드럼부스에서 음향기기를 통해 정제된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음향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치 음반에서 듣는 것처럼 거칠지 않으면서도 역동적인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개척교회나 미자립 교회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괜히 얘기해서 죄송하다.  
  예배와의 조화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으니 드럼이 있는 예배, 없는 예배 또는 시간을 잘 구분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예배에 참석하면 될 것이다. 괜히 열심히 하는 찬양단원, 특히 드럼 연주자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사기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 차라리 밥 한 끼 더 사주면서 격려하는 것이 모두에게 나은 일이다.  
  그 다음 연주자의 자질 문제인데 이게 좀 할 말이 많다. 요즘 웬만한 교회를 가보면 악기들은 다 좋은데 연주자들의 수준이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소리 크기의 곡을 연주한다고 했을 때 연주자들의 합이 맞는 연주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연주는 그 청감의 차이가 엄청나다. 전자는 역동적이고 웅장하게 들리지만, 후자는 그냥 소음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밴드 연주의 가장 기본인 드럼의 킥과 베이스 기타의 기본박자와 리듬을 못 맞추는 경우도 수없이 봤다. 그러니 여기서 무슨 아름다운 연주를 기대할 것이며 무슨 은혜와 감동을 기대하는가? 이걸 좋다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합니다.” 이렇게 곧잘 말한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연주 당사자와 그것을 용인한 담임 목회자에 지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괴롭다는 말씀이다.

  무슨 말이냐? 투자를 좀 하시란 말씀이다. 악기만 달랑 사주지 말고 연주자들의 수준을 높이는데 돈 좀 쓰시란 이야기이다. 교회의 교육비용. 문화비용 등등 회식하고 놀러 가는 데만 쓰지 말고 사람을 키우고 교회의 음악이나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투자를 하시라는 것이다.   
  주변에 생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기독 뮤지션들을 많이 본다. 이런 분들을 초빙하여 레슨받아 찬양단원들의 수준도 높이고 이분들의 생계도 보탬이 되고 일석이조가 아니던가?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생짜 배기들 가르쳐서 그럴듯한 밴드로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초등생부터 장년까지 다 가능하다. 근데 좀 비싸다.^^
   
  말이 좀 새긴 했지만, 드럼이 적폐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대안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1. 드럼 부스와 드럼 전용 음향을 보강해서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를 부드럽게 만들라.
  2. 드럼 연주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하라. 
     드럼뿐만 아니라 다른 연주 파트도 마찬가지.
  3. 드럼이 있는 예배와 없는 예배를 잘 구분하여 세팅해야 하며 성도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호불호에 맞게 잘 선택하여 예배에 참석하라.
   
   이번에 페이스북을 들끓게 만들었던 드럼 적폐 사건은 사실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라기보다는 호불호의 문제라고 본다. 또한, 본질적인 문제이기보다는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성경적, 신학적 접근보다는 실무적인 접근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맨 구석에 처박혀 묵묵히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던 드럼이라는 악기와 드럼연주자를 앞으로 쭉 빼내어 조명 받게 한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관련 포스팅과 댓글을 접하면서 모두가 문제는 제기하는데 현실적인 대안은 다들 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곳에서 인지도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람이 혼자서 한 번 떠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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