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칼럼]선교사와 안식년

기사입력 2016.12.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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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jpg▲ 이찬우선교사는 인터서브선교회 남아시아 지역대표로 사역하고 있다.
첫 안식년을 원래 계획보다는 8개월이나 늦게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굳이 안식년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선교사들은 안식년을 가져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그렇다’입니다.
왜 선교사들은 안식년을 가져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연구해 보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서구 기독교 선교 역사를 볼 때에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서양 선교사들은 정기적으로 안식년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마땅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속한 교회나 교단, 혹은 선교단체도 안식년을 갖는 것에 대하여 아주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안식년을 왜 가져야 하는가에 대하여 보통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육체적 쉼을 위하여. 문화와 기후와 음식이 다른 지역에 살면서 겪게 된 고충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안식년을 갖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정서적 쉼을 위하여. 선교지는 소위 말하는 ‘타문화권’입니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곳에서 일상을 살고, 일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본국에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스트레스가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서적 어려움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본국에서 쉼이 필요합니다.
영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모국어가 아닌 선교지 언어로 매일 말하고 일하고, 그리고 현지 교회에 참석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영적으로 조금씩 지쳐 갈 수 있습니다. 본국에서 영적으로 충분히 공급받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결여된 상태에서 수년을 살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안식년을 갖기도 합니다.
자신의 사역에 필요한 기술, 지식 등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안식년을 갖기도 합니다. 본국을 떠난 후에 세상은 많이 변하고 선교지로 갈 때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전문적 영역의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지에서 살다보니 이와 같은 자신의 영역의 개발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재충전하기 위해서 안식년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은 필자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선교지에서 첫 임기를 지나는 동안 위에 언급된 세 가지 이유가 제게는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아니 있었겠지만 안식년을 가질 만큼 절실한 필요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속한 단체의 규정을 따르느라 첫 안식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미국에서 안식년을 갖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이들 학교를 알아보고, 또 살 집도 알아보고, 그리고 안식년 동안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수개월 동안 조금씩 안식년을 준비해서 미 서부 남가주 지역으로 안식년을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현지 공립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일부러 계획을 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안식년을 떠날 당시 임신 4개월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플러신학 대학원에서 선교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미국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선교사 안식관이 있었고, 우리 가족은 그 안식관에서 9개월 동안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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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식관에는 서양 선교사들, 그리고 몇 몇 한국 선교사 가정도 있었습니다. 그때 동남아시아 ㅇ국에서 사역하시는 목회자 선교사 가정과 그리고 또 다른 선교사 가정들과 좋은 교제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매주 모여서 기도회도 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갖고, 처음 만나는 분들이었지만 선교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만난 분들 중에 아직도 좋은 교제를 나누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동남아시아 ㅇ국에서 온 선교사 가정이 이제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점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함께 기도 제목을 나누고 교제하는 때에 이 가정이 처한 어려움을 듣게 되었습니다. 남편 선교사님은 이제 약속한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에 속히 사역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고, 부인 선교사님은 아이들 교육의 연속성 때문에 몇 개월 더 있다가 사역지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경우처럼 결국 부인 선교사님은 남편 선교사님의 뜻을 이기지 못하고 사역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모인 선교사들이 이와 같은 사정을 들으면서 남편 선교사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을 위해서 사역지로 돌아가는 것을 조금 늦추시면 안 될까요?”라고. 그 때 남편 선교사님의 대답이 저에게는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안 됩니다. 제가 하루라도 늦게 들어가면 선교지 교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안식년을 떠날 때 약속한 그 날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내가 없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말에 저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었습니다.
이 선교사님이 안 계시는 동안 선교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선교사님은 도대체 자신의 부재(不在)가 초래할 선교지의 상황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인가? 이 분이 안 계시는 동안 그동안 해 왔던 선교 사역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 것인가? 혹시 선교지 현지인들이 다 흩어지게 되는 것을 염려하시는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일구어 놓은 사역들이 다 사라질 것을 염려하시는가?
선교사에게 있어서 도대체 사역은 무엇이길래 안식년을 조금 더 연장 못하고 또는 경우에 따라서 안식년 갖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일까? 등등 많은 생각들이 그 때 있었습니다.   
 
비단 이 선교사님뿐만 아니라 사역지에서 종종 안식년을 떠나야 할 선교사님들이 아직 안식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되었습니다. 왜 안식년을 안 가시냐고 물으면 사역이 걱정되어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아직은 사역이 안정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못 가겠다고도 하십니다. 사역에 대한 열정으로 선교사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도, 또 가족들이 힘들어서 어려워하는 것도 간과한 채 이렇게 또 시간들을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저는 동료 사역자들에게, 그리고 후배 선교사들에게 안식년을 꼭 가야 한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앞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 제가 느낀 더 중요한 이유 때문에 꼭 안식년을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파송한 교회와 선교 단체에게도 기회가 되는 대로 선교사들에게 안식년을 갖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선교사가 안식년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믿음의 고백을 하기 위함입니다.
즉, 지금까지 해 온 사역의 주인이 선교사 본인이 아니고 하나님임을 고백하러 가는 기간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역자들이 종종 자신들이 어느 덧 선교 사역의 주인이 되어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물론 시작은 분명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사역의 주인이 되어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역지에서 경험하는 것은 선교사들 어느 덧 자기들의 사역의 주인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역지를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 염려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사역지로 올 때 가졌던 그 초심-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도 자신들의 선교사가 행하는 그 사역이 자신들 교회의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합니다. 자기 사역이라고 주장하고 여기는 순간 어쩌면 그 사역은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사역은 선교사의 우상이 되고, 그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의 우상이 될 것입니다.
 
선교, 하나님을 알리는 일. 이 일에 부르심을 받은 사역자들을 언제든지 그 사역의 주체가 하나님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역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언제든지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안식년을 가져야 합니다. 고백하러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안식년 동안에 가급적이면 현지와 연락도 하지 말고, 이메일도, 전화도 하지 않은 채 그 선교의 주인되시는 하나님께 그 사역을 온전히 맡겨 드려야 합니다.
 
만일, 선교사가 안식년을 마치고 왔더니 그동안 해 왔던 사역들이 망가졌다면, 그 사역은 어쩌면 하나님의 사역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안식년을 간 동안 현지 사역자들이 흩어졌다면 이 또한 하나님이 보내신 자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선교, 선교사의 열정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일이기 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하나님의 영과 함께 하는 사역일 것입니다. 과정이고 그래서 안식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의 안식년 그것은 선교사가 믿음을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사역의 주인이 바로 하나님 당신이십니다 라는 고백을 하러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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