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선교] 슬기로운 격리생활 - 신판호선교사(태국)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신판호선교사가 귀임 중 경험한 격리 생활에 대한 글이다
기사입력 2020.07.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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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무서워도 밥은 먹어야지

  안식년을 마치고 한국을 거쳐 선교지로 귀임하는 중이다. 출국을 앞두고 가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이다. 백방으로 알아보다 뉴욕에 사시는 후원자 집사님이 택배로 보내주셨다. 덕분에 미국에서 어렵게 구한 중국제 94KN 마스크를 쓰고 다른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아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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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공항은 직원은 물론 많은 승객들이 이미 중무장을 하고 있다. 어떤 승객들은 뉴스에서나 보았던 방호복에 고글까지 착용을 하고 마스크 대신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는 부류도 상당수 있다. 분위기만으로 온 세상이 코로나에 압도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선교지인 태국으로 바로 귀임하지 못하고 한국을 거쳐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사역지인 태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하여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의 하늘이 열릴 때까지 한국에서 잠시 체류를 하게 된다. 그 덕에 유치원 때 아빠를 따라 선교지로 온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할 때가 되어 군입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선물이다. 먼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소식은 국뽕에 취할 만큼 대단한 소식들이다. 속히 내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가득하다.

   공항에서의 시간은 빼더라도 13시간의 긴 비행시간 동안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두통이 몰려온다. 건강하게 탑승했지만 비행기에 타면서 코로나에 걸렸나 싶을 만큼 괜시레 몸이 으슬거리고 괜한 헛기침도 나오고 몸이 아파지는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환자로 의심하고 무엇엔가 감염될까 봐 화장실도 참고 묵묵히 기나긴 밤 비행을 견딘다. 

  어두운 정적을 깨는 반가운 냄새. 기내식이 나온다. 마스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슬슬 눈치를 보니 다들 중무장을 해제하고 기내식을 먹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때야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고 기내식을 폭풍 흡입한다. 사실 그때가 가장 비행 중 위험한 때였다고 생각된다. 모두들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서워도 밥은 먹어야 하나보다. 그 와중에 밥이 맛이 있다니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인천의 새벽 공기를 뚫고 우리 비행기의 기장님은 비행기를 나이스하게 공항 활주로에 착륙시킨다. 고국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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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국에 도착하였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우리를 맞아주는 공항의 검역 요원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경찰 등의 모습은 공포영화에서 본 모습이 떠올려질 만큼 긴장을 하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으니 우주선 안에 있는 우주인들과도 비슷해 보인다. 잔뜩 긴장한 채로 우리 차례가 되어 데스크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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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분과 자가격리 장소를 확인하던 군인이 갑자기 방호복을 벗고 마스크를 벗는다. 아차 뭔가 잘못된 건가? 그 군인이 나를 보고는 “목사님 안녕하세요 저예요 성찬이에요!!” 한다. 7년 전 만났던 아는 선교사님의 아들인데도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못 알아보다가 여권과 여권에 있는 사진을 보고서야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곳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니 말이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나가니 선교부에서 마련한 경기도 어느 기도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리무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 기사 아저씨도 이미 방호복으로 중무장이다. 이미 우리 가족은 미국에서 왔다는 그 자체로 용의자다. 2시간가량 서울을 관통하여 지나더니 우리가 내린 장소에 또다시 우리를 격리 장소인 기도원에 데려다줄 보건소 차량이 기다리고 있다.

  격리 장소를 가기 전 보건소에 들러 코로나 검사를 받고 드디어 격리 장소에 도작한다. 공항에 내려 격리 장소인 기도원에 오기까지 5시간가량이 걸렸지만 모든 과정이 일사분란한 첩보영화의 한 장면 처럼 진행된다. 결국 우리 가족 4식구는 지정된 격리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일반인을 접촉 할 수 없다. 우리를 위해 온몸을 방호복으로 철저히 무장한 공무원들과 봉사자분들의 섬김으로 무사히 격리 장소에 도착한다. 대한민국 공무원 및 의료진들 파이팅이다. 감사하다.

늘 조연으로 살다 오랜만에 첩보영화 속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은 하루이다.

 

4킬로 걷기

  배정된 방은 약 5평 남짓한 방이다. 끼니마다 선교부로부터 제공된 식사가 제공된다. 우리의 할 일은 14일 동안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음으로 인류와 국가를 구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마도 인류 역사 이래로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고 가만히 있음으로 인류를 구하고 공헌하는 일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린 그 중요한 사명을 부여받아 그날부터 묵묵히 방 안에서 가만히 있기를 실행해야 한다.

  격리 생활은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격리되어 있다는 자체가 부담을 준다. 문밖에서 열쇠를 걸어 잠그지는 않았지만 핸드폰에 설치된 자가격리 어플은 우리의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한다. 비록 15일 동안이지만 우리의 지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의 거리는 4미터였다. 문턱에서 창문까지 대략 4미터의 나의 지구 안에서 슬기롭게 자가격리 생활을 하며 잘 지내야 한다.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 방의 길이가 약 4미터 되니까 천 번 만 왔다 갔다 걸으면 4킬로를 운동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매일 4킬로 걷기를 시행하기로 하고 왕복 500번 도합 1000번을 구보로 걸었다. 생각보다 해볼 만한 운동이다. 그러다 심심하면 팔 굽혀 퍼기 10번을 해보고 괜스레 다 잊힌 국민체조를 혼자서 해본다. 국민 체조오~ 시이~작.

  밥을 먹고 천 번을 걷고 팔굽혀 펴기를 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간다. 만 13일이 남는다. 문밖은 우리 때문에 매우 바쁘지만 방안에 있는 나는 정작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 적막이 힘들어 매일 방 안에서 4킬로를 걷는다. 이것이 인류 박애 정신임을 믿는다.

 

도시락을 기다림

  매일 아침 점심 저녁 같은 시간에 기도원에서 도시락이 제공된다. 방 문 앞에 어김없이 노크 소리가 들리면 봉사해 주시는 분이 도시락을 놓고 피신할 시간을 약 30초 드린 후 문을 빼꼼히 30센티만 열고 손을 내밀어 도시락을 흡입하듯이 방안으로 끌어당긴다. 선교부와 기도원 측의 배려로 도시락 반찬이 매번 새롭게 나온다. 감격이다.

  또한 정부에서 자가격리용 물품도 박스로 배달되었다. 그리웠던 한국 과자와 인스턴트 음식 등이 가득한 박스가 우리 4식구 용으로 3박스나 제공되었다. 이 박스를 뒤져서 반찬을 찾아먹고 간식을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사흘쯤 되었을까 우리의 몸은 식사시간을 기억한다. 나도 모르게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10분 전부터 방문을 쳐다보고 있다. 이렇게 밥 먹는 일이 중요했었던 적이 있었던가? 밥을 먹고 나면 잔반이나 도시락을 밖으로 내놓을 수 없다. 전량 핵폐기물 처리하듯이 잘 처리해야 하기에 화장실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격리 해제될 때까지는 우리가 먹은 쓰레기들도 우리와 함께 격리한다.

  방안을 1000번 오가는 일도, 팔굽혀 펴기 10개씩 20개씩 하는 일도 즐거운 게임이 된다. 매 끼니 반찬이 다르게 나오는 도시락은 거의 개봉영화를 기다리는 수준이다. 며칠 하다 보면 루틴이 생긴다. 

  인생이 심플하면 숨쉬기 운동만 해도 재미있다. 심플 라이프는 격리 생활의 또 다른 매력이다.

 

기도가 답이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크다 보니 밤이면 잠이 잘 안 온다. 방안을 부지런히 오고 가며 운동을 했다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남는다. 고단백의 도시락까지 먹으니 에너지가 넘치고 피곤하지도 않다. 밤이 길고도 너무 길다. 예전 전설의 고향에나 나왔던 소쩍새가 밤새 울고 이름 모를 새들과 동물의 소리가 꽤나 많이 들린다. 납치되듯이 호송되어 이곳에 올 땐 잘 몰랐는데 아마도 깊고 깊은 산속 기도원임에 틀림없다.
  잠이 안 오니 시편을 읽는다. 시편을 다 읽었는데도 정신이 점점 맑아지니 기도도 함께 한다. 찬송하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슬기로운 격리 생활에 단순함과 여유로움은 그냥 기도와 찬송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밤새 잠을 설치며 아침을 맞았는데 걱정이 안된다. 그냥 아침잠을 좀 더 자던지 아니면 점심 먹고 낮잠을 한숨 자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나만 홀로 있는 방이니까.

  그 흔한 자장면도 배달이 안되는 곳이다. 심플을 넘어 순수함이다. 그래서인지 기도도 잘 된다. 아 참! 여긴 기도원이니 기도의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더욱 잘 될 수도 있겠다. 기도하고 방금 읽었던 시편을 다시 곱씹어 묵상하다 보면 어느덧 잠이 들고 이젠 또 다른 새들과 비둘기의 구구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그러고 보니 기도는 슬기로운 격리 생활의 필수이다. 이거라도 안 하면 정말 할 일이 없다.

 

조기졸업의 영광

 첫날부터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D-day를 카운트했다. 유튜브를 보다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로 핸드폰을 들고 갔다. 그런데 갑자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지금 자가격리 장소에서 이탈하신 건가요? 위치정보가 아까와 다르게 나옵니다”
“어 지금 저는 화장실에 있는데요?”
“아 그럼 괜찮습니다. 이탈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창가에 핸드폰을 놓고 방바닥 뒹굴기를 한 네 시간 했다.
그런데 또 연락이 왔다.

“지금 격리 장소에 계신 거 맞죠? 핸드폰이 4시간 동안 한 번도 안 움직이시는 것 같은데 방에 계신 거 맞죠?”
  대한민국은 대단한 민국이다. 화장실로 이동한 것도 방바닥 굴리기만 4시간 한 것도 국가는 알고 있다. 제법 슬기롭게 열심히 살았고 이제 하루가 남았다. 그런데 아침 일찍 갑자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까지는 밤 12시 해제였는데 어젯밤에 법이 바뀌어 오늘부터 우리부터 낮 12시에 격리가 해제된단다. 난 내일 나갈 준비를 하는 중인데 지금 격리가 해제된다고 알려준다. 졸지에 장학생이 된 기분이다. 격리 생활 동안 모든 과목을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했더니 격리 생활도 장학생으로 조기졸업을 했다.
  부지런히 짐을 싸고 오늘 점심때 나가서 무엇을 먹을지부터 검색했다. 격리 기간 내내 못 먹고 굶은 사람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의 격리 생활은 끝나고 코로나도 음성 판정을 받도 정상생활로 복귀하였다.

 

돌아보며

connection-4884862_1920.jpg  약 2주가 지난 지금 지난 격리 생활을 되돌아본다.
  일생에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방안에 앉아 애국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시 있을 것 같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두 번을 하기 싫은 답답함이 있었다. 물론 그 시간들 덕분에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주님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격리가 끝나고 사역지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지만 자가격리는 아니지만 난 한국에 격리되어 있다. 여전히 선교지로 돌아갈 하늘길이 열리지 않았다. 선교관을 전전긍긍하며 또 다른 격리 아닌 격리를 하고 있다. 속히 코로나의 어두움이 정복되어 치료제가 나오고 백신이 나오길 기도한다. 슬기로운 격리 생활은 한 번으로 족하다. 절대 또 한 번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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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을 적은 신판호 선교사는

2005년 GMS에서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CTM 교회교육 콘텐츠를 

태국어로 번역하여 제공하는 

태국 디모데센터에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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