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기사입력 2019.01.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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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국가부도의날-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14분
개봉 : 2018.11.28. 
감독 : 최국희
주연 : 김혜수(한시현), 유아인(윤정학),허준호(갑수), 조우진(재정국 차관)



C. S. 루이스는 “나는 1차 대전에 참전한 후로 전장에 나와 보지도 않은 채 탁자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을 대단히 싫어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누군가 말했다. “전쟁은 늙은이들의 결정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는 것”이라고.

1997년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쳤고, 금리는 천정부지로 솟았으며, 증시는 내려앉았다. 급기야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이어 대한민국은 IMF 와 다국적 기업의 간섭 하에 심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은행들이 도산하고 합병을 하며,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로 나 앉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경제는 1997년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여년 전 그 날의 긴박했던 상황들을 꽤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던 일련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반추하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이었던 한시현을 살펴보자. 한 팀장은 외환의 이상 기후를 포착했다. 기업들의 차관은 많은 데 반해 갚아야 할 달러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를 포착,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경제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을 예견하고 상부에 보고한다. 한국은행 총재는 청와대 재정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재정국 차관을 비롯한 고위층의 대책회의가 급히 열린다.
실무에 능하고 판단력이 빠른 한 팀장과 통화정책 팀은 급히 이 상황을 해결할 방안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금융 관련 관계자들을 만나고,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은행들의 자기자산 보유고는 형편없으며, 기업에 대한 대출 역시 제각각인 것을 알게 된다. 이대로는 국가 부도를 막을 길이 없다. 한 팀장과 팀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국민들이다. 은행관련 종사자들,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 그리고 하청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면 국민들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 그들은 고군분투한다.

한편 재정국 차관은 오히려 이 사태를 방조하고 한 팀장과 팀원들의 대책을 방해한다. 그는 소위 미국의 최고 학교의 학벌에 고위직에 오른 엘리트다. 문제는 차관이 노리는 것은 국가 부도 이후다. 그는 국가 전체를 IMF 체제에 둠으로 자신과 이해관계자들이 얻게 될 이익에 관심이 있다. 외환이 오르고 기업 간 빅딜이 이루어지고 은행의 합종연횡이 이루어 질 때 자신이 얻게 될 막대한 부의 창출에 눈이 멀어 있다. 그에게 국가란 자신의 수익 모델일 뿐이다. 그에게 길바닥에 나 앉게 될 수많은 국민들이란, 그가 강조하는바 종이에 적힌 수치에 불과하다. 그는 뼛속까지 깊이 각인 된 악인이다.

국가부도의날3.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이 둘 사이에 기회주의자 윤정학이 있다. 윤정학은 금융회사 직원으로서 국가 위기의 상태를 감지한다. 그는 재빠르게 움직인다. 곧 달러 환율이 치솟고 금리가 급상승세에 이를 것을 감지하고, 자신의 큰 손들(현금 보유자)을 설득해 달러를 사재기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처럼 달러 환율은 치솟고 그와 그에게 투자한 자들은 돈방석에 앉게 된다. 이후 이들은 IMF 사태로 인해 부도 난 자들의 급매물 아파트를 헐값에 대량으로 매입하여 엄청 난 수익을 올린다. 이들은 타인의 어려움을 자신의 이익으로 이용한 기회주의자들이다.

한편 작은 그릇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는 백화점 납품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백화점은 부도가 나고 그가 받아 든 어음도 종잇조각으로 전락한다. 평생을 일궈온 공장도, 그의 아파트도, 가족도 이제 물거품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그가 저지른 유일한 실수라면,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모른 채 순수하게 받아들인 제안,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성실한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하층민으로 전락해 버렸다.

에릭 프롬은 현대 사회가 ‘존재 양식’(To Be)에서 빠르게 ‘소유 양식’(To Have)으로 변해간다고 일찍이 예고했다. 소유 양식의 사회에서 각 개인은 조직의 부품에 불과하고 인격은 배제된다. 마틴 부버 역시 말하기를 ‘나-너’(Ich und Du)의 관계에서 빠르게 ‘나-그것’(Ich und Das)관계로 전환되었다고 한탄한다. 후자의 사회에서 각 개인은 종이에 적인 수치에 불과할 뿐 인격은 없다.

한 팀장은 국민 개개인의 인격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나-너’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부도는 각 개인의 불행, 가장들의 아픔, 생활고를 낳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면 재정국 차관은 철저히 ‘나-그것’의 사람이다. 그에게 타인의 아픔이나 인격은 아무런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자신의 이익, 탐욕만이 목적이다. 윤정학은 그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다.

불행히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묘사하듯, 1997의 여파가 아직 진행형이며,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 빈부의 격차,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 무능력한 정부, 기회주의자들, 이익에 눈 먼 기득권들의 스토리는 진행형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들의 탁상공론에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과 젊은이들만 이래저래 불행하다. 국가부도의 날이 반면교사가 되길,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연대가 일어나길, 양심적 관료의 제대로 된 정책이 서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 기도가 나의 가장 강력한 저항이기에.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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