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2018) Intimate Strangers

기사입력 2019.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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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2018

완벽한타인-포스터.jpg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15분
개봉 : 2018.10.31 
감독 : 이재규
주연 : 유해진(태수), 조진웅(석호), 이서진(준모), 염정아(수현), 김지수(예진), 송하윤(세경), 윤경호(영배)



25여 년 전 대학 1학년 때 학비 조달을 위해 신발 밑창 만드는 공장에서 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하루 종일 카세트 테이프에서 노래들이 나오곤 했는데,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나는 노랫말이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떼면 님이 되는 인생사’ 뭐 이런 내용이었다. 부부는 촌수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친밀하기도 하지만 헤어지면 아무 것도 아닌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다. 남자가 그 부모를 떠나 여자와 한 몸이 되라는 성구는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네 명의 친구가 있다. 태수, 석호, 준모, 그리고 영배다.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낸 30년 지기 친구들이다. 속초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 서울 하늘아래 함께 모였다. 석호의 집들이 식사 자리다. 고향의 음식들이 들어오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 때 석호의 아내 예진이 제안을 한다. “우리 게임 하나 할까?” 예진이 제안한 게임은 식탁 위에 각자의 휴대폰을 올려놓은 채 걸려오는 모든 전화와 문자, 이메일을 공개하는 것이다. 망설이던 친구들은 그래, 까짓, 우리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겠어. 해 보자. 라고 동의한다.

휴대폰을 올려놓은 채 식사를 하던 도중, 한 사람의 벨이 울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귀가 쫑긋해진다.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각자의 비밀, 각자의 사생활이 공개된다. 휴대폰을 공개하기 전과 공개 후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명문대를 나와 변호사로 살아가는 태수(유해진)는 아주 냉정하고 인정 없는 남편이다. 그는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지만 반면 아내 수현(염정아)에 대해서는 너무나 차갑고 가부장적이다. 태수의 아내 수현은 남편의 성격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속앓이를 하지만, 그녀는 최근 문학반에 다니며 시를 읊는다. 이들에게는 어떤 알지 못할 비밀이 휴대폰에 담겨있을까?

집 주인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은 의사 부부다. 석호는 성형외과 의사며 예진은 정신과의사다. 이들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하지만, 석호는 아내가 아닌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예진은 남편이 아닌 다른 의사에게 가슴 성형을 의뢰해 놓고 있다. 너무 잘 알 듯한 두 사람은 사실 상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준모(이서진)는 한참 나이가 어린 아내 세경(송하윤)과 알콩달콩 좋은 분위기로 이들 부부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안은 채 이들 부부는 과하게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사랑이 많은 부부다. 그러나 준모에게 계속 울리는 휴대폰 문자는 묘한 분위기로 이들을 이끌어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친구 영배(윤경호)는 이혼을 당하고, 직장도 그만 둔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 그가 가장 처량하고 안타까운 상태다. 반면 그는 전혀 비밀이라곤 없을 것 같은 친구다. 휴대폰을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친구다. 그러나 그의 휴대폰이 울리고 감춰져 있던 그의 비밀이 알려지고 친구들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완벽한타인1.jpg▲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휴대폰이 울리고, 문자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어떤 것은 우습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애처롭다. 어떤 문자는 가슴 아프고, 어떤 것은 너무 위선적이다. 어쨌든 장난삼아 시작한 휴대폰 공개 게임은 감춰져 있던, 부부간에도 말 하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친구 관계도, 부부 관계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민낯이 드러난다.

감독은 태수의 입을 통해 제작의 변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가지 삶을 살아간다. 공적인 삶, 개인적 삶 그리고 비밀의 삶.” 현대인의 삶이다. 비밀의 삶은 자신만의 삶이다.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고 공개할 수 없는 삶이다. 그리고 그것이 휴대폰에 담겨있다. 잠금장치를 통해.
이어령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현대인이 비밀의 삶이 늘어나게 된 것은 문명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네 가옥은 비밀이랄 게 없는 구조였다. 나지막한 담과 어설픈 문은 사생활이랄 게 없었다. 감출 수 없는 구조니 감출 것도 별로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아파트 문화는 다르다. 문을 걸어 잠그면 타인과 단절이다. 집안에 들어가도 각자의 방이 있고 잠금 장치가 있다. 그러니 비밀이 늘어난다. 휴대폰도 그러하다. 보안 장치가 강화될수록 감추고 싶은 것도, 감출 것도 많아진다. 달리 말하면 타인이 되어 간다.

이 타자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야고보 사도는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라’고 권면하다. 은밀한 죄, 감추고 싶은 것을 고백하고 받아줄 때 치유가 일어난다. 우리 내면의 은밀한 것을 아시는 성령 앞에 설 때 자유롭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어느 목사의 외침에 귀 기울여보자. 신 앞에 서는 자, 신 앞에 정직한 자, 그가 사람 앞에서 정직할 수 있을 테다. 휴대폰을 공개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공개할 일이다. 그런 삶, 그런 공동체를 기대해본다.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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