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로마서 묵상을 시작하며

기사입력 2018.12.1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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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흥교수3.JPG▲ 필자인 김진흥교수는 Sydney College of Divinity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6월부터 필자가 섬기고 있는 시드니신학대학(SCD) 한국신학부(KST)의 학우들과 함께 로마서 묵상을 시작하여, 12월 첫 주에 열두 번에 걸친 성경공부를 모두 마쳤다. 사도 바울이 로마의 교회에 보낸 이 서신은 ‘종교개혁의 책’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은혜의 복음을 잘 가르치고 있다. 또한 ‘믿음에서 우러나온 순종’이라는 참된 경건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울의 균형잡힌 성경적 강조점도 잘 표현되어 있다. 고대교회의 사도적인 성격을 회복한 종교개혁의 교회는 이 중요한 서신에서 가르치는 방식대로 기독교 신앙을 요약하여 가르치기를 좋아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HC)인데, 로마서의 구성에 따라 ‘비참-구원-감사’(Misery-Deliverance-Gratitude)라는 세 가지 열쇠말로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고 해설한다. 이 유서깊은 개혁주의 요리문답의 3부 구성은 다음과 같은 로마서의 구성을 본받은 것이다:

     • ‘비참’이라는 첫 번째 단락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 죄와 비참에 빠져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로마서 1:18-3:20이며,

     • ‘구원’이라는 두 번째 단락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순종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과 사탄의 권세에서 값없이 건져주신 하나님의 큰 일을 가르치는 롬 3:21-11:36,

     • ‘감사’라는 마지막 단락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을 깨우친 다음에 ‘너의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고 권면하는 12:1-16:27이다.      

그런데, 최근에 소위 사도 바울에 관한 ‘새 관점’(New Perspective)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뛰어난 신학자들인 톰 라이트와 김세윤 박사의 이름이 이런 새로운 경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언급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들의 주장은 ‘이신칭의’ 교리를 지나치게 남용한 현실에 경종을 울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의가 있다. 거룩한 삶의 변화가 없으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상 ‘로마서가 가르치지 않는’ 사이비 복음이다. 종교개혁의 전통을 따른다고 주장하는 많은 개신교회들에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는 종교개혁의 원리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가르치고 또 믿고 있는 것은 성경적 경건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소위 새 관점 학파가 이런 현실을 비판하고 성화의 삶에 대한 성경적 교훈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영적 건강을 잃어버린 교회에 상당한 도전과 자극이 된다. 그렇지만, 새 관점 학파가 성화의 삶을 강조한 나머지 이신칭의 원리의 성경적인 핵심인 ‘전가’(imputation)의 교리를 부정하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측면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희생과 온전한 순종이 하나님 앞에 의롭게 되는 일에서는 전적으로 무능력한 우리 죄인들의 유일한 구원의 근거라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거기에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차별이 없다. 우리의 죄값인 사망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신 치르시고, 영생을 위하여 우리가 완수해야 할 하나님의 뜻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표하여 대신 이루신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의 유일한 기초이다. 그러므로 이 전가의 교리를 부정하는 것은 사도 바울의 로마서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를 주장하는 것이며, 사실상 종교개혁의 핵심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새 관점에 따른 로마서 이해가 유행하면서, 종교개혁의 관점에 따른 정통적인 로마서 이해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가 섬기는 학교에서도 새 관점에 따른 로마서 강해가 수업 시간에 소개되는 반면, 많은 학우들이 학교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적 관점의 로마서 이해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편으로는 거룩한 삶의 실천이 없는 ‘값싼 은혜’의 거짓 복음이 교회와 학교에 범람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크신 긍휼의 증거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능력이 사실상 부정되는 ‘인본주의적’ 거짓 복음이 유행하게 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학우들과 더불어 종교개혁의 관점에서 로마서를 깊이 묵상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도 바울을 들어쓰셔서 로마서를 기록하게 하신 성령 하나님께서 지난 12번의 묵상 모임 때마다 우리에게 비추어 주신 빛을 따라 깨달은 바를 이제 지면을 통하여 여러 그리스도인 친구들과 함께 나누려 한다. 이제껏 우리를 인도하신 그 동일하신 보혜사 성령님께서 진지하게 하나님의 뜻을 찾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롭게 은혜를 부어주시길 기원한다.

 

로마서에 대한 일반적인 배경 소개

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제3차 선교여행을 마칠 즈음인 AD 57년 경에 고린도(혹은 그 외항인 겐그레아)에서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낸 서신이다.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인 뵈뵈(Phoebe)라는 자매가 이 편지를 로마의 성도들에게 전달하였다(롬 16:1-2). 이 편지에서 바울은 서바나(스페인)를 향한 자신의 새로운 선교 계획을 나누면서 로마를 방문하여 그들과 신령한 교제를 나누고, 그들의 기도와 후원에 힘입어 로마 제국의 서쪽 끝으로 향하려는 뜻을 드러낸다(롬 15:23). 그 전에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하여 여러 교회들에서 헌금한 연보를 전해주기 위하여 예루살렘을 먼저 방문하려고 하였다(롬 15:25). 로마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바울 사도가 그의 선교 경력에서 어떤 결정적인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점이다. “이제는 이 지방에 일할 곳이 없고”라는 말에서 이 지방은 지중해의 동부 지역을 뜻한다. “예루살렘으로부터 일루리곤에 이르기까지” 왕성하게 자라가는 교회들을 세웠으므로(15:19),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하라고 주신 사명, 곧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거점 교회들을 수립하는 일을 이제부터는 아직 복음의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한 다른 지역에서 계속 실천하려는 것이다.    

로마에 처음으로 기독교회를 세운 사람들은 아마도 AD 30년의 오순절에 베드로와 사도들의 복음 선포를 듣고 회심한 로마 출신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경건한 이방인들로 추정된다(행 2:10 “로마로부터 온 나그네 곧 유대인과 유대교에 들어온 사람들”). 초창기 로마의 기독교회가 주로 유대인들로 구성되었다는 추정은 글라우디오(Claudius) 황제 시절에 있었던 유대인 추방령의 배경과 관하여 뒷받침된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Suetonius)는 모든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추방한 이유를 “그들이 크레스투스(Chrestus)의 선동으로 끊임없이 폭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그의 말은 거의 분명히 로마시의 유대인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난 격렬한 논쟁들, 곧 ‘예수를 그리스도’(Jesus is Christ)라고 주장한 그리스도인들을 둘러싼 분쟁들을 언급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AD 49년경의 이 칙령 때문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로마에서 떠나 고린도로 왔다(행 18:2). 이 추방령은 아마도 로마에 있는 기독교회의 구성원 비율에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였을 것이다. 이제 로마에 있는 그 기독교회의 다수파는 기독교로 개종한 이방인들이 되었고, 이런 사정은 나중에 브리스길라 아굴라 부부가 로마로 돌아온(16:3-4)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서는 독특하게도 ‘논문’(treatise) 형식의 서신이다. 사도 바울은 왜 그런 형식으로, 다름 아닌 로마에 있는 교회에 보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바울의 형편과 로마교회의 형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바울의 형편들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면,

(1)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하며 그 결과 자신의 스페인 선교 사역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하여 로마서를 저술하였다는 설명이 있고;

(2) 고린도에서 자신의 선교 사역의 경력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이르렀을 때, 곧 로마를 방문하게 될 줄 알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교리적 결론들을 서술하기 위하여 편지를 썼다는 설명도 있다;

(3) 이제 곧 예루살렘으로 가서 연보를 전달함으로써 유대인 출신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희망으로, 그곳에서 행할 설교를 미리 로마서 편지를 통하여 예행연습하였다는 설명도 있다.

이런 세 가지 요인들 모두가 바울의 서신 집필의 목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왜 이런 논문 형식의 서신을 특히 ‘로마에 있는’ 교회에 보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은 첫 번째 설명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로마 교회의 형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로마 교회의 구체적인 문제들, 특히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의 분쟁(14:1-15:13)을 해결하기 위하여 기록한 서신이라는, 19세기 성경비평학자 바워(F.C. Baur)의 해석과 더불어 로마서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시작되었는데, 여기서 강한 자란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이고, 약한 자란 유대인 출신 그리스도인을 말한다. 로마 교회 내부의 이런 분열을 치유하는 것이 아마도 바울의 저술 목적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다.

(2) 로마서의 주된 목적은 자신이 선포한 복음을 설명함으로써 자신을 로마 교회에 소개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바울에 대한 거짓된 소문 때문에 특별히 중요한 일이었다(롬 3:8 “어떤 이들이 이렇게 비방하여 우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하니”). 바울은 ‘반-율법, 반-유대인’의 입장을 가졌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다(2:17-3:20; 7장 참조).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로마서에서 일련의 목적들을 발견하는데, 그 모든 것은 그 서신을 일관하여 압도적으로 두드러지는 이슈, 곧 ‘하나님의 구약적 제도(old covenant arrangement)와 신약적 제도(new covenant arrangement) 사이의 연속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수렴된다. 율법과 복음 사이의 관계, 유대인 신자와 이방인 신자 사이의 관계,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로마서에 특별한 보편적 성격을 가져다 주는 이 중심적이고 지속적인 신학적 이슈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울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이 이런 설명들이 로마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러나 우리들 자신이 성령의 조명을 간구하면서 이 서신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장에서 마지막 16장에 이르기까지, 각 장마다 사도 바울이 강조하여 가르치는 몇 가지 요점들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이 중요한 서신을 함께 묵상하길 바란다.

 

몇 가지 추천하는 묵상의 자료

학우들과 함께 로마서를 묵상할 때 주로 활용하였던 성경공부 교재와 주석 및 해설서를 소개합니다:

• 로마서성경공부 교재: matthiasmedia.com.au (시드니 성공회의 마티아스출판사)

The Free Gift of Life (Romans 1-5)

The Free Gift of Sonship (Romans 6-11)

The Freedom of Christian Living (Romans 12-16) 

• 주석과 해설서

             더글라스 J. 무, 로마서 (NICNT, 솔로몬)

존 스토트, 로마서 주석 (IVP, BST 시리즈)

앤드류 큐벤호벤, 로마서 (기독교문서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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