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Pandora

기사입력 2016.12.20 18: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판도라 Pandora, 2016


2016-12-20_18-34-02.png▲ 영화 판도라의 포스터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제작 : 대한민국
시간 : 136분
개봉 : 2016.12.07. 
  
감독 : 박정우
주연 : 김남길(재혁), 김영애(석여사), 
        문정희(정혜), 정진영(평섭),
        이경영(총리), 김명민(대통령)
    

 
12799458_1152990754719145_1219675613590203784_n.jpg▲ 김양현 목사<기독영화 평론가>
 이반 일리치는 현대 문명의 한계와 그로 인한 폐해를 지속적으로 경계했다. 그는 자신의 여러 저서에서 문명이라는 것이 때로는 인간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병원이라는 거대한 의료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통증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학교라는 거대한 조직도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재능을 약화시키고 커리큘럼에 맞춰 획일화 한다.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문명이라는 것, 기술이라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도덕적 합의, 통제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이로운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것이 무너지면 기술은 오히려 인간을 얽어매고 만다. 자동차는 좋은 것이나 운전자의 도덕적, 기능적 뒷받침이 없으면 잔인한 무기가 된다.
 
원자력은 어떠한가? 원자력, 핵융합의 발견은 인류에게 여러 가지로 편의를 제공했다. 원자력 발전은 인류에게 상대적으로 싼 전기를 공급하는 등 여러모로 편리성을 분명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안전이 답보될 때 원전은 유용하다. 만약 단 1%의 확률이라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원전은 인류에 치명적인 재앙을 남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기술은 속수무책임을 후쿠시마 사건으로 우리는 배웠다.
 
판도라는 여기서 시작된다. 고리로 예상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거기에 사람들이 있다. 발전소 관계자들, 노동자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 재혁은 원자력 발전소와 운명을 같이 한다. 그의 아버지와 형이 발전소에서 일하던 중 방사능에 노출되어 목숨을 잃었다. 재혁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아버지와 형을 잃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재혁과 그의 친구들은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확실히 믿고 있다.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이 그러하듯, 발전소 근처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발전소는 아수라장이 되고 원자로는 폭발 직전이다. 원전 주변은 이미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사건 수습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러하듯, 사고의 원인은 인재로 판명된다. 노후 시설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가동을 멈추지 않은 것도 결국 자본의 원리다. 원전으로 이익을 보는 자들이 사고의 방관자들이다. 또한 정치 논리에 의해 단행된 낙하산 인사도 한 몫 한다. 본부장은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철저히 총리의 통제 하에 있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고라인에서 제외시킨 채 자신이 상황을 정리한다. 물론 그는 사람들의 생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으로 여긴다. 그가 한 일은 사건의 은폐, 언론에 대한 통제, 책임 회피다. 악한 정치와 무능한 리더가 결국 일을 키웠다.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사고는 점점 확대되고 국가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간다. 국가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고 사람들은 공포에 쌓인 채 제각각 살기 위해 줄행랑이다. 국가 전체가 총체적 부실 속에 무너져 내린다.
 
2016-12-20_18-39-26.png▲ <그림출처 : 네이버 영화>
 원전의 붕괴는 기실 정치의 붕괴요, 리더십의 붕괴다. 진실을 은폐하고 이권을 누린 자들로 인해 원전이 무너지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하는 자들로 인해 국가가 무너진다. 아무리 둘러봐도 국가는 없고, 리더도 없고, 안전도 없다. 무너져 내린 것은 기술 문명 뿐 아니라 정치 문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 한 가닥 실마리를 찾는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날, 인류에게 온갖 재앙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은 그 상자에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무책임한 이권주의자들에 의해 사고가 났다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시민들로 인해 사건이 수습된다. 이름 없는 수많은 구조대원들, 소방관들, 시민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재혁이 마지막 희망이다. 지도자들은 무능하고 시민들은 유능하다. 나라를 지키는 것도, 가족을 지키는 일도 평범한 시민들이다. 사고의 피해자가 사고의 해결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 자체가 판도라의 상자가 되기를 염원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껴야 할 것이다. 안전에 도박적 확률을 의지할 수는 없다. 안전을 이권적 합의로 치환할 수는 없다. 안전은 무조건 지켜내야 하는 것으로, 값으로 매길 수 없다. 누구 하나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안전 불감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판도라의 두껑이 열렸다. 감독의 바람대로 그 안에 남아 있는 희망의 불씨를 퍼뜨려야 한다. 전 국민의 가슴에, 전 국민의 마음에 인식하고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바쳐야했던 재혁은 바로 우리의 아들이고, 우리의 시동생이며, 삼촌이고 친구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듣지 말아야 할 그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게 각인된다. “내가 무엇을 잘 못 했기에 이렇게 죽어야 하냐구요? 네?”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저작권자ⓒCTMNews & ctm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상로 102 3층(초량동) | 인터넷신문등록번호:부산광역시 아00096 등록일자:2011.07.25

발행인/편집인 : 김성철,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종철 TEL : 070-7565-1407 FAX : 051-462-6698  | e-mail : ctmnews@ctm.kr

Copyright ⓒ 2011 http://ctmnews.kr All right reserved.

CTMNews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